청년층의 경제 고충을 덜어 주는 취지의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적용' 방안을 두고 여당이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지원 대상자인 대학생과 야당은 포퓰리즘적 접근 자체가 법안의 취지를 왜곡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저소득 계층에 지원 집중해야...학자금 무이자는 '포퓰리즘'?
이태규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국민의힘)는 23일 개인 SNS를 통해 "법안이 어려운 대학생을 위한 이자 면제라면 반대하지 않지만 법안의 목적은 일반 대학생의 표심을 노린 무차별적 면제에 있다"며 "한정된 국가재정을 저소득 계층에 집중해 지원 폭을 넓히는 게 더 양심적"이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개정안대로라면 소득순위 10구간 중 8구간까지의 대학생들이 학자금·생활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받게 된다. 여기서 8구간의 경우 가구소득이 1000만원을 상회하기 때문에 과도한 경제 지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무이자 적용을 통한 청년층 경제 지원이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이뤄지면 고소득층도 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경제 지원 집중도가 낮아진다는 의미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탐대실의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이라며 "지금까지 해 온 국가장학금 정책과 맞물리도록 계층별 차등 지원 형태를 강화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되도록이면 빚을 내지 않고 학업을 추진하는 것이 좋은데 이자를 안 내게 되면 학자금 대출을 유인하는 정책이 된다"며 "졸업 후에 그 빚을 갚으려고 하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658만 원이다. 사립대는 723만 원, 국·공립대는 391만 원 수준이다. 2021년 교육 통계에 따르면 일반대 중 사립대 비율은 약 82.1% 수준이다. 이를 고려해 사립대 평균 등록금으로 8학기를 합산하면 총 5784만 원이 된다. 학자금 대출을 통해 교육비를 충당한 대학생들은 졸업 시 약 6000만 원에 달하는 빚을 감당해야 되는 처지에 놓인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심각한 포퓰리즘"이라며 "등록금 부담 능력이 있는 계층의 대학생도 무조건 대출받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재정낭비"라고 평가했다. 등록금 동결이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이자 부담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 역시 "예산이 남는다면 저소득 계층에 대해 장학금을 차등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 논쟁 중 청년들 고충 심화...신속한 경제 지원 필요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적용'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의 '프레임 논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생들이 요구하는 정책이 왜 포퓰리즘인지 모르겠다"며 "학생들의 고충이 정치권의 프레임 싸움, 논쟁으로 넘아가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든 대학생 대상이 아닌 소득분위 8구간 계층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대출받을 때부터 소득 상황이 상대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경우"라며 "이외에도 실직, 창업 후 폐업, 출산을 통한 육아 부담 등의 이자 감면 조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별과 보편으로 나누기에는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적 접근 방식 자체가 법안의 실질적인 취지나 내용을 왜곡한다는 비판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교육비 지원 등은 정부가 학생들을 위해 해 줘야 할 역할이자 존재 이유"라며 "일괄 지원이 무분별하다는 주장은 사실상 응하지 않기 위한 제스처"라고 말했다. 차등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 청년층의 고충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런 구조에서는 청년들이 자신의 가난함을 증명해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학생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방향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번 방안을 두고 포퓰리즘을 논한다면 서민을 위한 모든 정책이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며 "필요성을 알면서도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평가했다.
한 학기당 평균 등록금이 450만 원 수준이었던 A씨는 졸업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자금 대출을 갚아 나가고 있다. A씨는 "사회 초년생의 벌이가 적기 때문에 아직도 갚아 나가고 있다"며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고정 금리이기 때문에 소득에서 어느 정도 나눠 지출할지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의 경우 1.7%로 유형별로 다르지만 사실상 고정 금리 형태다. 다른 대출 상품의 이자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소액으로 평가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학교육연구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과 비교해 높은 금리에 속한다. 2019~2020학년도 기준으로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는 학자금 대출 이자율이 0%다. 이외 폴란드(0.055%), 스웨덴(0.2%)도 사실상 무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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