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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각자도생' 유도한 글로컬 대학...살기 위해 '대학 통합'

사실상 구조조정인 '글로컬대학' 따기 위해 '대학 통합' 급물살
지방대학 재정난 심각한 만큼 사업 당락이 대학 생존 여부 좌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대학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글로컬 대학 사업'이 사실상 각자도생 유도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 대학당 1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재정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사업에 선정된 30개 대학 중심으로 지방대학 생태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대학들은 생존 여부가 달린 이번 사업을 따내기 위해 '대학 통합'이라는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섰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경국립대·경상국립대를 선두로 지방대학들의 통합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충남대와 한밭대가 추진하고 있으며,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등도 통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대학 통합' 흐름의 시발점은 정부의 '글로컬 대학' 정책이다. 글로컬 대학사업은 지방대학 30곳에 개별 대학 단위로는 이례적인 규모인 1000억원 상당의 재정 지원을 골자로 한다. 이번 정책은 '지방대학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됐지만 '선택과 집중' 즉, 지방대학 구조조정의 포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지방대학들은 글로컬 대학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정부가 유도한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선 모습이다.

 

실제로 강원대 관계자는 "글로컬 대학 사업을 염두한 통합이 맞다"며 "자세한 사업 공고가 나오기 전까지 준비를 해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대의 경우에도 대학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 대학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대학 입장에서는 재정부족이 심각한 상황인데 글로컬 대학 사업의 예산 규모가 크다보니 사업에 선정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교육부가 대학 혁신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대표적인 혁신 사례인 대학 통합을 중점으로 자발적 구조조정의 모습이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는 과감한 대학 혁신 사례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시스템을 언급했다. 유사 학과를 합치고 캠퍼스별 기능을 특성화한 '대학 통합' 사례 중 하나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충원난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들은 대학당 1000억원 상당이 지원되는 사상 초유의 재정 지원을 포기할 수 없다. 이번 사업의 당락은 대학의 생존 여부와 직결되는 셈이다.

 

다만 교육 주체자인 학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은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졸업을 앞둔 강원대생 김모(24)씨는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를 합치게 되면 캠퍼스가 다섯 곳에 존재하게 되는데 강원도대학교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면 존재 목적성이 불분명하다"며 "입결이 모자란 학교들은 처분하고 강원대의 질적 향상에 더 주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강원대는 춘천을 비롯 삼척과 도계에 캠퍼스를 두고 있으며, 강릉원주대는 강릉과 원주 두 곳에 캠퍼스가 있다.

 

이에 대해 강원대 관계자는 "세부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각 캠퍼스를 특성화해 전부 활용할 계획"이라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학생들의 의견수렴 충분히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생존을 위한 경쟁 레이스가 다시 펼쳐진 상황이다보니 교육 현장에서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지방대학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다. 지난 11일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6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윤석열 정부 대학개혁 정책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교수들은 '지방대 정책'들에 회의적인 응답을 보였다. 라이즈 체계 구축에는 35.7%, 지자체 권한 이양은 30.1%, 글로컬대학 집중 육성은 28.3%만 지지한다고 응답해 하위권에 속했다. 이 장관의 지방대학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9.3%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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