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하천정비사업 '경관 심의' 대상서 제외…국무회의 의결
환경부 "자연경관 영향 크지 않아"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모두 조건부 동의
"난개발, 자연경관 훼손…수 생태계 파괴 우려도"
소하천 등 치수·정비 사업이 자연경관 훼손 여부를 판단하는 환경부 심의 대상에서 빠져 도마 위에 올랐다. 환경부는 올해 들어 설악산국립공원 내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등도 모두 조건부 동의했다. 환경부가 연이어 개발 사업에 손을 들어주면서 생태계 보호를 위한 환경 지킴이로서의 역할이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의결, 공포 후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자연경관 영향 심의는 경관적 가치가 높은 곳이 개발 사업(계획)에 따라 훼손되거나 시야가 차단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와 함께 진행된다.
그동안 소하천 정비 사업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데 불필요하게 자연경관영향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사 구간이 하천 중심 길이로 10㎞ 이상인 대규모 하천 정비사업은 자연경관영향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4년(2019~2022년)간 소하천정비사업 경관 심의 건수는 연평균 25건, 하천정비 사업은 연평균 100건 정도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소하천 정비 사업의 경우 이·치수를 위한 하천 공사나 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이러한 사업은 자연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에는 하천법 상 하천구역 개발 사업의 경우 경관 심의 대상 지역 범위를 '하천 경계'에서 '하천구역의 경계'로 바꾸는 내용도 담겼다. 앞으로 제방 안쪽 등에서 이뤄지는 이·치수를 위한 하천 공사, 유지·보수 사업 등도 경관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 국장은 "이번 규제 개선으로 경관 심의에 소요되는 사업자의 행정적, 재정적인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며 "불합리한 규제는 지속적으로 개선해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하천 정비 사업도 물 관리가 필수인데 이번 심의 대상에서 빠지면 하천 주변 난개발에 따른 자연경관과 미관 훼손은 물론 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국장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소하천 정비 사업 등이 경관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세부 검토 항목인 경관 분야에서 개발 사업 시행에 따른 경관 영향과 저감 방안 등을 꼼꼼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환경부가 개발과 경제 논리에 밀려 사업 관련 환경영향평가 협의, 자연경관 영향 심의 등을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달 27일 환경부는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삭도) 설치 사업 환경영향평가 관련 '조건부 동의'했다. 이로써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사실상 추진이 가능해졌다.
이후 환경단체는 케이블카 설치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는 물론 지속적인 소음 등이 야생 생물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대했다. 멸종위기종인 산양과 함께 법정보호 식물, 특이 식물 등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이유에서다.
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지는 전 국토의 1.65%에 불과한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산 보호지역 핵심구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여러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어, 환경부는 지난 6일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동의'했다.
이번에도 환경단체들은 항공소음 영향과 숨골 영향, 법정 보호생물 보호 등을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부 또한 "환경적인 보존 가치라는 몇몇 항목에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환경단체들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환경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환경부가 '환경 파괴부'로 거듭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이어 제주 제2공항 건설, 하천 치수 자연경관 심의 제외 등 환경부가 역사에 남을 부끄러운 파괴 결정을 하고 있다"며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사퇴하고, 자연환경 보전, 환경오염 방지, 수자원의 보전·이용·개발 및 하천에 관한 사무 등 부처 본분을 되찾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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