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담보신탁'은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해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해 우선수익자의 채권변제에 충당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말한다(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대부분의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서는 우선수익자에게 신탁부동산 처분요청권(공매절차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신탁계약은 일반적으로 '위탁자가 우선수익자와 체결한 여신거래약정을 위반한 경우, 위탁자가 신탁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경제사정의 변화나 담보가치의 하락으로 조속히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을 위 권한의 요건으로 두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수익자는 수탁자인 신탁회사를 상대로 '신탁부동산 처분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우선수익자가 위와 같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하급심 판결이 최근 있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25. 선고 2021가합571444 판결, 다만 위 사건은 현재 항소심 진행 중임). 위탁자의 계약위반사실이 인정됐고, 신탁계약에서 위탁자의 계약위반이 있는 경우 우선수익자는 신탁부동산의 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환가정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우선수익자의 금전채권(피담보채권)을 지급하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우선수익자의 금전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우선수익자는 처분요청권을 행사할 수 없을까?
위 사건에서 신탁회사의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가한 위탁자들은 우선수익자의 금전채권이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수익자에게 공매절차이행청구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급심 판결은 우선수익자의 채권이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거나, 미정산단계여서 '우선수익자의 채권의 발생 여부 및 범위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공매절차이행청구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탁계약상 우선수익자의 채권이 변제기가 도래했을 것을 처분요청권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고 ▲처분요청사유로 신탁부동산 담보가치의 훼손·하락 사유들을 열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처분요청권은 신탁부동산의 가치 유지의 취지일 뿐, 공매절차에서 우선수익자가 반드시 채권의 현실적 만족을 얻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위와 같이 우선수익자의 처분요청에 따라 신탁부동산이 처분되는 경우, 위탁자 등은 부동산 전부가 아니라 잔존담보가치 등을 기준으로 차등을 둬 합리적인 범위로 처분범위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분범위를 제한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우선수익자의 처분요청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환가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서는 일반적으로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을 인도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위탁자에 대한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우선수익자는 위 회생절차와는 독립해 우선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신탁계약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우선수익권은 금전채권과는 독립한 신탁계약상의 별개의 권리이기 때문이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4다765 판결, 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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