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교육

[M-커버스토리] '대학 두더지 잡기' 시작...'각자도생 망치' 든 정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들이 충원 고충에 시달리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학들은 재정의 절반 가량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자생력 있는 재정구조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정부 지원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현재 굵직한 정책들은 수도권 대학 중심으로 흐르면서 지방대학의 소멸 위기가 심화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산업과 연계한 지방대 경쟁력 강화 규제혁신 현장간담회'에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지방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대학' 살린다고 하지만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구축 계획은 과감한 혁신에 도전하는 지방대학 30곳을 집중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별 대학 단위로는 이례적인 규모로 대학당 1000억씩 지원하게 된다. 정부는 '지방대학 살리기'의 일환으로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수도권 대학 강화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을 포함한 여러 교육 단체들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지역별 거점 국립대를 비롯한 30개 대학 중심으로 재편하는 대학 구조조정의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수의 지방대학에 대해 재정의 집중 지원이 이뤄지는 이번 방식은, 반대로 선정되지 못한 대학이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 지방대학이 다른 대학이 도전하지 않은 과감한 혁신에 성공했을 때, 다른 지방대학들도 그 길을 따라 성공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사실상 구조조정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같이 수반될 수는 있겠지만 그걸 완전한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방안과 대학 운영을 위한 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4대 요건을 완화면서 국정과제인 '지방대학 살리기'를 등한시한다고 지적받았다. 이번 방안 역시 표면적으로는 지방대학 지원을 시사하고 있지만 사실상 일부 지방대학만을 살리는 구조조정에 가깝다고 평가되면서 '수도권 대학' 강화 우려가 이어졌다.

 

다만 대교협 차기 회장으로 추천된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아직은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부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로 지방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말한 만큼 그 부분에 대한 기대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란 초·중등 교육 재정의 일부를 덜어 고등·평생교육으로 이관하는 것을 말한다. 3년간 한시적으로 유치원과 초·중·고 예산 1조5000억원이 대학으로 넘겨진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 2022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 영도구 대학 내 대강당에서 졸업생 426명이 정복에 착용하는 모자를 던지며 졸업을 자축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들의 '각자도생'?...등록금 의존도 줄여야

 

교육 당국이 대학의 4대 요건 규제 완화를 추진하자 대학교육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학생 수 감소로 등록금 수입 중심의 사립대학 재정구조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이 없으니, 대학 스스로 다양한 수익구조를 갖추라는 '각자도생'의 주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 대학은 85%가 사립대학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들의 등록금 의존율이 56% 수준에 달한다. 대학 재정 구조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이 불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수도권 A 대학 관계자는 "대학이 자생하기 위해서는 교육 기관, 연구 기관이라는 기능을 살려서 기업에 연구 용역을 지원한다거나 기술을 개발해 내는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며 "등록금이나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기보다는 연구를 통해 얻은 자금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구조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장 이상적인 구조로는 포항공대를 꼽았다. 실제로 자생력을 갖춘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은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부담하는 등록금 비율이 현저히 낮다. 포항공대 관계자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이공계 우수장학금으로 4.3만점에 3.3만점일 경우 장학생으로 지원된다"며 "여기서 지원을 못 받은 학생들은 외부 장학금이나 교내 장학금을 통해 지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등록금 인상을 두고 시시비비가 갈릴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지난해 기준으로 등록금 14년째 동결이다. 하지만 대학에 정부 지원 역시 15년째 동결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의 등록금 부담은 OECD 46개국 중 4번째로 높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등록금 동결로 대학사정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15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는 동안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재정구조를 해결하지 않고 방관했다"며 "대학 재정이 어려워지니까 등록금 인상을 시사하는 것 자체가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전경 /한국외대

◆먼저 맞는 매가 낫다...한국외대 서울·용인캠 통합

 

한국외대는 지난해 4월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용인)간 중복학과 통폐합을 추진했다. 글로벌캠퍼스의 통번역대학 8개 학과, 국제지역대학 4개 학과 등 12개 학과가 그 대상이었으며, 이중 4개 학과를 제외한 영어통번역학부, 프랑스학과 등은 신입생 모집이 중단됐다.

 

주요 대학이 자발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변화하는 교육 수요에 대응한 선제적인 사례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이 앞으로 정말 이슈가 될 텐데, 지난해에 1차로 외국어 계열의 중복 학과를 통합한 것이 시발점"이라며 "올해도 그 연장선상으로 학교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학제 개편이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통폐합 당시에는 학생들의 원성이 상당했다. 당시 구조조정안을 보면 글로벌캠퍼스와 서울캠퍼스의 입시 등급이 다르지만 통폐합 학과 학생에게는 서울캠퍼스 학위가 적힌 졸업증명서가 발급된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학교는 학과 구조조정을 전면 재논의하라"며 "글로벌캠퍼스의 학우들의 피해 보상 명목이 서울캠퍼스 학우들의 또다른 피해를 낳아서는 안 된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변화하는 교육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잘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외대는 현재 수요가 줄어드는 외국어 과목이나 학과를 폐지하고, 미래 산업에 대비할 수 있는 특성화된 학과를 신설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석오 한국외대 입학처장(겸 통계학과 교수)은 "선세적인 구조조정은 맞지만 학령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학과 신설에 따른 결정"이라며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학교의 특성화를 살리고자 변화의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많이 누그러진 상황이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 입학한 영어영문학과 송모(25)씨는 "입결 차이가 많이 큰 건 사실이지만 용인캠퍼스 나와서 서울캠퍼스 졸업장을 받은 사람이 내 노력을 짓밟고 취업문을 좁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잘된 사람이 많으면 학교 취업 시장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통폐합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는 입장은 여전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