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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지방대 살리기', 정부의 이율배반 행정 잇따라

지방대, 지역 살리기 대책...수도권 중심 대학 구조조정 초석격
대학평가 폐지·4대요건 완화·지방대 권한 지자체 이양 등 정부 책임 회피
학령인구 감소 위기 대응책 없이 책임 방기식 구조조정 밑그림 펼쳐 지적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단연대회의'소속 교수들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학 4대 규제 요건 완화에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교수연대

교육 당국이 '지역 살리기' 대책이라고 내놓은 방안이 사실상 수도권 중심의 대학 구조조정으로 평가되면서 '이율배반'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대학 살리기'를 국정과제로 선정했지만 정부 차원의 관리·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학이 협업해 공동 위기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과감한 혁신이 기대되는 지방대학 30곳에 최소 1000억원씩 지원해 개별 단위에는 전무후무한 규모의 재정지원이 이뤄진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번 사업을 사실상 대학 구조조정의 밑그림으로 평가하고 있다. 결국 지방대 중 지원금 수혜 대학만 살아남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고 수도권 대학만 살아남는 구조가 유지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전국교수노동조합·전국대학노동조합·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등 다수의 교육 단체들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반대했다.

 

단체들은 "이날 발표는 결국 지방대학에 대한 지원방안이라고 하면서 실상은 현 정부의 시장중심 대학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린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이율배반'도 없다. 이대로라면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다수의 지방대학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들의 충원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수도권 정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30개 지방대학 중심의 재정지원을 펼친다는 것은, 지역별 거점 국립대를 비롯한 30개 대학 중심으로 재편하는 대학 구조조정의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국립대를 포함한 지방대학 재정지원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지방대학 지원권한의 지자체 이양은 고등교육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지방자치단체로 떠넘기고 국가의 역할을 대폭 축소·폐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선출직인 지자체장의 공정한 관리·운영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어 부정적인 시선이 더욱 강하다.

 

현장에서는 지자체와의 협업 도모, 지방대 재정 지원 규제를 축소하면서 지방대 지원권한을 지자체에 넘기는 것은 지방대의 위기 대응에서 물러나는 모습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번에도 정부는 '지역 살리기' 대책이라는 틀 안에서 실질적인 '지방대 살리기'를 회피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지방대학 시대'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정책은 대부분 수도권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통한 정부의 책임 방기는 보호받아야 할 지방대학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장 시급한 사안은 학령인구 감소이기 때문에 권역별로 적정 학생 수를 조정하는 등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정부가 최근 내놓은 교육정책들은 대부분 대학 생태계 위기에 대한 책임을 방기·폐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대학 4대 규제 요건 완화,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 폐지 역시 기존 규제에서 한층 자유로워짐과 동시에 정부 주도의 관리·감독 체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7개의 교수단체가 참여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단연대회의'는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대학 4대 요건 완화에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교수연대는 "개정안은 고등교육(대학)에 대한 중장기 계획도 없이 학령인구 감소를 빌미삼아 수도권 대학으로의 집중과 이른바 인기학과로의 쏠림을 조장한다"며 "몇 년 내 대학은 구조조정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의 4대 요건은 사학의 질적 수준을 보장하고 법인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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