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는 과세기준일 현재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자'이다(지방세법 제107조 제1항, 종합부동산세법 제7조 제1항). 한편, 지방세법 등은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의 경우,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 종합부동산세법 제7조 제2항).
부동산을 신탁해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그 소유권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서조차 위탁자에게 유보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방세법은 위탁자가 신탁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위탁자에게 재산세 납부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탁자들이 소유 부동산에 관해 수탁자들과 신탁계약을 체결한 다음, 제3자들에게 신탁계약상 위탁자지위를 이전하고 신탁원부 변경등기까지 마쳤음에도, 과세관청이 제3자들이 아닌 기존 위탁자들에 대해 재산세 부과처분을 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기존 위탁자들은 위 부과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위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해, 기존 위탁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서울고등법원 2022. 11. 24. 선고 2022누37976 판결).
우선, 법원은 위와 같은 신탁계약은 무효이기 때문에, 기존 위탁자들은 지방세법 제107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자'에 해당해,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신탁계약상 수탁자는 부동산 명의만 보유할 뿐, 부동산에 관한 어떠한 처분 및 권한도 갖지 못했는데, 법원은 이는 명의신탁 또는 수동신탁으로서 신탁법상 신탁이라고 할 수 없어 무효라고 봤다. 또한 법원은, 기존 위탁자들과 수탁자가 부부관계거나 친인척관계라는 점, 신탁계약 체결 직후 위탁자지위 이전계약을 체결한 점 등에서, 이 사건 신탁계약은 오로지 종합부동산세 등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한 신탁에 해당해 신탁법 제5조에 따라 무효라고 봤다.
법원은 위 신탁계약이 유효라고 가정하더라도, 결론은 같다고도 판시했다. 위탁자 지위이전계약은 오로지 조세회피 목적으로 형식상으로만 위탁자지위를 이전한 가장행위이므로, 명의가 아닌 실질에 따라, 기존 위탁자들이 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의 '위탁자'에 해당해, 재산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
법원은 ▲제2의 위탁자들이 기존 위탁자법인의 대표자와 가족 내지 친인척관계에 있다는 점 ▲위탁자지위 이전의 대가가 10만원에 불과하고 기존 위탁자들이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 ▲기존 위탁자들이 부동산 수익을 계속 향유하고, 제2의 위탁자들은 위탁자 지위를 양수할 만한 어떠한 경제적 이유도 없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했다.
다만 이와 달리 위 사건의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제2의 위탁자들이 재산세 납세의무자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에게 부동산의 처분, 관리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신탁행위로 수탁자의 권한을 제한한 것에 불과해 위 신탁계약은 유효한 점, 조세법률주의원칙상 납세의무자를 누구로 인정할 것인지는 법문내용대로 객관적 기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했다(서울행정법원 2022. 2. 11. 선고 2021구단71109 판결). 위 사건은 기존 위탁자들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바, 서울고등법원의 위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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