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만난 건 2021년이었다. 국내 첫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개발 기업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알려지고, 세계 최초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가 생겨나던 시점이었다. 그 후로 2년이 지난 지금, 생소했던 그의 계획들은 대부분 현실이 됐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장 재생치료제 '아톰(ATORM)-C'는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에 의한 적합 판정을 받고 임상을 시작했다. 일본 와타나베 마모루 연구팀 이은 세계 두번째 임상 진입 사례였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제공하는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 '오디세이'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연구실에만 묶여있던 오가노이드를 치료제에 접목해 첫 상업화에 도전하는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사진)는 이제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며 국내에서 오가노이드 산업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유 대표를 판교테크노밸리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본사에서 다시 만났다. 그 사이 회사는 확장 이전했고 직원은 8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아톰-C 임상은 언제 시작되나.
"올해 3월 인체 투여를 시작할 계획이다. 임상 1상 기간은 1년 정도로 예상한다. 오가노이드 기반 장 질환 재생치료제인 '아톰-C'의 임상연구 2건이 첨생법에 의한 적합 판정을 받았고, 임상 진행을 위한 세포치료제 시약 생산을 할 수 있는 자체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시설을 확보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나머지 재생치료제 파이프라인은.
"침샘 재생치료제 아톰-S, 간 재생치료제 아톰-L, 자궁 내막 재생치료제 아톰-E가 있다. 가장 빠른 건 침샘으로 방사선 치료 및 쇼그렌 증후군 연관 구강건조증을 타깃으로 한 침샘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침샘과 간 재생 치료제는 지난 해 말 검증을 마치고 올해 임상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눈물샘, 담도, 갑상선, 췌장 등 다양한 오가노이드가 재생치료제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속 연구개발 중이다."
세계적으로 승인을 받은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는 아직 없다. 이 때문에 세계 첫 상용화에 대한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개발 동향은 어떤가.
"장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의 첫 번째 연구 결과를 냈던 도쿄 치의과대학 와타나베 마모루 교수팀은 지난 2020년 장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에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고, 지난해 궤양성 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에 진입했다. 오가노이드라는 개념을 가장 먼저 제시했던 네덜란드 한스 클레버스 연구팀 역시 침샘 오가노이드에 대한 임상에 진입한 상태다."
-세계 첫 상용화는 가능할까.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는 여전히 초기 단계고, 조금 뒤쳐진 것 뿐이다. 세계 최초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용화가 가장 먼저 되는 것과 실제 의료현장에서 많이 쓰여지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자사의 재생치료제는 실제 생착 능력과 재생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상용화 시점보다는 치료제가 가진 경쟁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 기반으로 약물 효능 평가를 하는 '오디세이' 플랫폼을 제공한다. 오디세이는 화장품 동물 실험을 대신하고, 임상에 앞서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먼저 확인하는 플랫폼으로 점차 각광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디세이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오디세이 프로'를 출시해 새로운 캐시카우로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 없이도 의약품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면서 오가노이드 기반 독성 효능 평가는 더욱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오디세이가 각광받는 이유는.
"동물실험이 의무가 아니게 되면 기업들은 동물을 대체해 약물 효능과 독성평가를 할 수 있는 모델을 찾게 될 것이다. 동물 모델은 인체와 다르기 때문에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정확히 평가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었다. 반면, 우리가 제공하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에서 약물 평가를 수행하면 동물 모델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오가노이드 기반 스크리닝 플랫폼을 사용하면 임상 실패로 인한 부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현재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디세이 온코, 오디세이 스킨 플랫폼으로 세분화해 종양뿐 아니라 피부나 감염병까지 커버하고 있다.
-'오디세이 프로'는 뭐가 다른가.
"분석에 공간 생물학이라는 것을 접목해 오가노이드 분석에 공간적인 개념을 입힌 것이라고 보면 된다. 환자 병리 조직 또는 세포 한 장의 슬라이드에서 단순한 질병 발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어느 부위에서 발현이 되었는지에 대한 공간학적 분석까지도 수반해 다양한 질병의 기전, 진단 및 맞춤 의학 조사가 모두 가능하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환자 오가노이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따라 할 수 없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생산 능력 확장에도 나섰다. 지난해 경기도 광명시에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GMP 센터가 문을 열었다.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의 임상 진행을 위한 시약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GMP 센터는 국내 최초 임상 등급의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 생산 시설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허가 및 세포처리시설 허가도 획득했다.
-이제까지 확보한 생산규모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내 임상시험용 첨단바이오의약품 GMP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위탁생산(CMO)으로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250평 규모 광명 GMP 센터 4개 생산 라인과 함께 아산병원에 3개 생산 라인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면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물론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가 상용화 됐을 때도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위축된 시장 상황에도 투자를 받으며 안정적인 성장을 해 왔다. 지난해 387억원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지난 2019년 5억원(시드투자), 2020년 80억원(시리즈A ), 2021년 180억원(시리즈B 1라운드 ) 유치를 포함 총 48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재생 치료제 가능성과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기술에 대한 가치가 뒷받침된 결과였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이제 IPO를 통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IPO 시기는 결정했나.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고 우선 올해 말을 목표로 모든 상장 요건을 갖출 계획이다. 하지만 상장 시기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자금 여유가 있기 때문에 기업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때 IPO를 하고 싶다. 내년 상반기쯤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오가노이드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줄기세포 치료제로 다져온 인프라가 이제는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오가노이드 즉, 인공장기가 아직까지는 실제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는 많이 미흡하지만,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가 상용화되면 결국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최종 목적까지 귀결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이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분야를 선도한다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에서 다시 한번 선도적 위치를 선점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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