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감당하지 못해 법원의 채무조정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신청자가 전년 대비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고, 취약계층이 1금융권에서 2금융권, 대부업까지 밀려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본격화돼 개인회생의 증가세는 한동안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법원의 채무조정 '개인회생'을 접수한 신청자는 11월 기준 8만1110명으로 집계됐다. 개인회생 신청자는 2020년 11월 7만9236명에서 2021년 7만4047명으로 소폭 감소한 뒤 올해부터 급증했다.
개인회생은 법원의 채무조정 프로그램(개인회생 개인파산) 중 하나다. 일정한 소득이 있지만 소득 대비 채무가 너무 많을 때 신청할 수 있다. 자신의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뺀 나머지를 3년(최대 5년간) 납부하면 나머지 채무는 면책된다. 채무범위는 신용대출 5억원, 담보대출 10억원 미만까지 신청 가능하다.
개인회생이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금융지원 조치가 끊기면서 자금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2금융권, 대부업까지 밀려난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10월 기준 902조6670억원으로 지난 2019년 12월과 비교해 17.5% 증가한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중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10월 기준 40조8146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56%(26조455억원) 급증했다.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줄이기 시작하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고신용자를 받기 시작했고, 이런 상황에서 저신용자들은 대부업이나 사금융으로 밀려났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채무조정 신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무조정 신청은 경기상황에 후행한다. 고물가·고금리가 본격화된 만큼 대출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늘린 청년들과 자영업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 채무가 있는 차주)가 급증하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다중채무자는 상환부담이 높아 소비여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감내 수준을 넘어서면 부실로 연결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450만9000명으로 지난 2018년 12월 424만4000명에서 6.2% 증가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 다중채무는 대출자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켜 감내 수준을 넘어갈 경우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중채무자의 대출을 분할상환이나 고정금리 상품으로 전환하고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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