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추가된 행정예고안, 사전 협의 없었다
이주호, MB 정부 때도 개정교육과정 일방적으로 수정
교육계 "MB 시절 뉴라이트 역사인식의 회귀"라며 비판
정권 교체에 교육과정 바뀌는 나라 없어...후진적 행태
교육부의 개정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이 발표되자 개발 연구진들이 일방적 수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계에서도 '보수화 교과서'라는 거센 비판이 나온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개정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서 발표된 '자유민주주의' 등의 표기 수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날 오후 개정 교육과정 정책 연구진은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는 연구진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수정한 행정예고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민주주의'에 '자유'를 추가해 '자유민주주의'로 표기하고, 성평등 단어를 삭제하는 등 당초 개정 교육과정 시안과 다른 행정예고안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과의 상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명기하는 데 집착함으로써, 민주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보편적 가치를 담고자 한 연구진의 의도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연구진들은 비교적 협소한 의미인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추가하는 것에 계속 반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이 행정예고되자 교원단체 등 교육계 반응이 나뉘기는 했지만 '교과서 보수화'에 대한 지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행정예고안에 긍정적인 교원단체는 보수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논평을 내고 "오늘 발표된 교육부의 행정예고 안을 확인한 결과 불길한 예견은 암울한 현실이 됐다"며 "교육부 장관에 재취임하자마자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추진했던 뉴라이트 역사인식의 회귀를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호 장관은 앞서 2011년 MB 정부 시절에도 개정 교육과정 최종 고시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 수정해 개정에 참여한 연구진 대다수가 사퇴한 바 있다.
정권 교체 시기마다 교과서 등의 교육과정 방향성이 바뀌는 국가는 흔치 않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에 의해서 교과서까지 시비가 걸리는 것 자체가 후진적인 행태"라며 "정권에 따라 교과서의 기준 자체가 바뀌는 나라는 전 세계에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의 교과서 논란은 지속돼 왔다. 이 장관이 수정한 내용의 교과서는 통상적으로 보수 정권이 내세운 교육과정이다. 과거 MB 정부는 교학사나 여러 출판사 등에 근현대사 교과서 시각을 개정하라고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자 직접 이와 같은 내용으로 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학교들의 교과서 채택율이 저조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해 논란이 됐다. 당시 역사 관련 단체들은 물론 초중등 교사, 대학 교수들까지 반발에 나서 대규모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처럼 교육계의 반발을 샀던 '보수화 교과서'를 윤석열 정부가 다시 꺼내들었다는 지적이다.
김종욱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MB 정부 시절 (보수화 교과서를) 추진했던 교육부 장관이 현 교육부장관이 됐다"며 "장관이 되자마자 집필진들과의 교감도 없이 행정예고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이 과거와 똑같다"고 꼬집었다.
박상병 평론가는 "윤 정부에서 이 장관의 성향을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우리 역사 논쟁을 다시 MB 정부 때로 되돌리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는 교육 정책의 백년대계가 아니라 오년대계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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