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미국 무역 제재로 반도체 굴기를 위협받게 됐지만 여전히 반도체 자급 목표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 등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 반도체 산업 육성과 생태계 확보 등 대응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조 위원은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확고한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2025' 를 통해 첨단 기술 개발을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 과제로 정하고,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했던 미국이 정부 주도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편 이유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위협적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 디지털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려고 시도하면서 이같은 인식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대폭 강화된 무역 제재로 반도체 굴기 동력을 잃었다는 데에도 동의했다. 해외 기업들에 대한 M&A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음은 물론, EUV 등 첨단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장비에 더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었던 DUV까지 들여올 수 없게 하면서 그나마 상용화했던 메모리 산업도 표류하게 됐다. AI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도 쓸수 없게 되면서 제조2025는 크게 후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중국이 여러 대응책을 마련하고 무역 제재를 돌파하려는 의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수출 통제법이 있다. 미국이 무역 제재를 한 것과 같이, 중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광물을 무기화해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이다. 당장 중국은 희토류와 관련한 국유기업 등을 통폐합해 세계 최대 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정부 주도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데이터 주권' 확보와 내수 시장을 확대하며 협상력을 높이는 '쌍순환'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기술 자립 노력도 본격화했다. 최근 계획에 반도체를 다시 한 번 7대 핵심 육성 기술로 선정하면서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반도체 펀드도 장비와 소재 분야 비중을 대폭 높이는 등 설계와 장비, 소재 등 원천 기술 개발을 통해 국산화율을 크게 확대한 상태다.
특히 중국이 '차세대 반도체'를 육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리콘 카바이드(SiC)와 양자컴퓨터 등 새로운 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미국 무역 제재를 회피하면서도 반도체 굴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중국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점유율을 높이는 등 긍정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 진출과 투자 위축 등 부정적인 영향 가능성도 우려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도 급변하는 상황, 조 위원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우리가 이런 변화에 대응해 경쟁력을 유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제 안보 전략을 토대로 일관적으로 대응하면서, 첨단 산업 기회 요인을 최대화하고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아울러 경쟁 심화에 따른 기술 탈취에 대응해 보호체계를 수립하고, 특히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생태계를 육성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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