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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메트로 반도체 포럼] 박재근 석학교수 기조강연 "정부 나서지 않으면 경쟁력 떨어질 것"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가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메트로경제 주최로 열린'2022 반도체 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 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과 규제 완화. 그리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육성과 차량용 반도체 등 새로운 시장 개척. 박재근 한양대학교 석학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명쾌하게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전세계적으로 정부 주도하에 반도체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해외처럼 나서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석학교수는 먼저 전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PC에 이어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 등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 늘어나면서 반도체 시장도 꾸준히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다운턴'으로 시장 불황이 시작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성장 동력이 높다며 내년 후반에는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42개 반도체 중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D램, 낸드플래시와 이미지센서까지 비싸고 성능이 뛰어난 핵심 부품을 만들면서 전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고 봤다.

 

박 석학 교수는 그동안 반도체 산업이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고 성장해왔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설계하고 한국과 대만, 일본이 생산해 중국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미중무역분쟁은 중국이 이를 훼손하면서 시작됐다고 봤다. 2014년 '제조2025'를 가동하고 반도체 자급을 시도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역할이 위협받았다는 것.

 

미국이 화웨이를 시작으로 SMIC, 메모리까지 제재를 확대한 조치를 그 근거로 들었다. 화웨이가 미국 팹리스의 AP에 비견할만한 제품을 만들면서 이를 견제했고, 이후 파운드리인 SMIC로 제재를 확대하며 미국 주력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위협을 차단했다는 것.

 

그럼에도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공장을 빠르게 늘리고 일본과 한국 등 인력을 활용해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상용화까지 성공하자, 새로운 무역 제재를 추가로 진행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완전히 막았다는 설명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가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메트로경제 주최로 열린'2022 반도체 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 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칩4 가입 필요성도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인 상황, 칩4에 가입해 미국과 일본에서 소부장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 공장을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설득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 차원 지원 마련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이 수백조원 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그렇다할 지원이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특별법이 세제 혜택 20%에 법인세율 25% 등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지원안인데, 그나마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을 본격화하면서 다시 반도체 제조 역량도 끌어올리고 있다. 10나노 이하 AP 생산량을 12%에서 24%로 늘리는 목표로 '미국 반도체산업지원법'을 통해 2026년까지 520억달러(한화 약 70조원)를 지원하고, 세제혜택 25%와 법인세율 21% 적용 등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TSMC와 인텔,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 등이 대규모 팹 건설을 결정한 상태다.

 

다른 나라들도 동참했다. EU가 10나노 이하 AP 생산량을 9%에서 20%로 늘리겠다며 'EU반도체법'을 시작했다.10년간 430억유로(약 59조원) 투자 지원과 함께 세제 혜택 최대 40%와 독일에서는 법인세율을 15%로 인하해주기로 했다.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 등 기업들이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도 1.1조엔(약 10조원) 투자와 최대 50% 세제혜택에 법인세율 23.2% 등을 통해 TSMC와 소니·덴소 합작 공장 투자를 이끌어냈다.

 

특히 반도체 경쟁 국가인 대만은 세제 혜택 15%에 법인세율 20% 적용 뿐 아니라, 미리 반도체 부지를 조성해 제공하고 가뭄 때에는 농업 용수를 끌어다 공급해주는 등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TSMC뿐 아니라 UMC와 난야 등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에 나섰다.

 

아울러 박 석학교수는 반도체 산업 인력난이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고 전략적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우수한 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대만 TSMC가 8000명을 뽑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조사 결과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필요한 인력은 약 1만명이다. 그러나 실제 공급되는 인력은 5000명 수준, 그나마도 반도체 전문 교육을 받은 인력이 많지 않아 2년여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필요한 6000여명을 충당하기 위해 소부장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까지 끌어들이는 상황, 결국 소부장 산업 성장도 위축하는 악순환이라는 지적이다.

 

대규모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 교육 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박 석학교수는 전공 인력 1만2500여명을 육성해야 한다며, 특별법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 한해서라도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완화하는 등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을 위한 인프라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중국은 1년, 대만과 미국도 2년 6개월이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전력과 용수 등 문제로 빨라도 7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화학물질을 등록하고 평가하는 제도도 미국보다 100배 가량 규제가 심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소부장 경쟁력 강화 필요성도 당부했다. 미국 회사가 반도체 장비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국내 소부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막대한 개발 비용이 필요한 만큼 정부 지원을 토대로 큰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도 미래 경쟁력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가 고성능 AP를 3개 이상 탑재하면서 스마트폰에 비견하는 반도체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나 지원안도 부재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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