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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알기 쉬운 재건축 법률] 신탁회사, 공사대금 지급의무 언제까지?

여지윤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분양형 토지신탁에서 체결되는 공사도급계약에는 '신탁의 종료와 동시에 수탁자가 부담하는 모든 의무와 책임은 포괄적, 면책적으로 위탁자에게 이전한다'는 조항이 일반적으로 포함된다. 즉 쉽게 말해, 수탁자가 부담하던 공사대금지급의무 등이 신탁이 종료되면 완전히 위탁자에게 이전돼, 수탁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토지신탁계약에서는 신탁종료 사유 중 하나로 신탁기간의 만료를 두고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탁기간이 만료되면 신탁이 종료된 것이기 때문에, 공사업자가 수탁자인 신탁회사를 상대로 공사대금을 청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2021. 12. 39. 선고된 대법원 판결(2021다264420)에서도 신탁기간이 만료된 이후에 공사업자가 신탁회사를 상대로 공사대금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신탁이 종료됐다면 포괄적·면책적 인수조항에 따라 신탁회사는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되므로, 위 사건에서는 결국 '신탁이 종료됐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그런데 위 사건의 토지신탁계약서에는 "신탁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수탁자의 반대 의사표시가 있지 않는 한 실제의 신탁사무가 종료하기 전까지는 본 신탁계약은 종료하지 않고 유효하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신탁회사는 공사업자로부터 공사대금 청구를 받자, 위탁자에게 신탁관계를 종료한다는 의사표시를 했고, 따라서 신탁회사는 더 이상 공사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사업자는 위 조항의 해석상 '수탁자의 반대표시(신탁종료의사표시)는 신탁기간이 만료된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행사돼야만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수탁자가 신탁기간이 만료된 때로부터 11개월이나 지난 후에야 종료의사를 표시했으므로 신탁이 종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공사업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위 조항에서의 수탁자의 반대 의사표시(신탁종료의사표시)는 신탁기간 만료일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행사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신탁계약의 종료 여부나 시점을 수탁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법률관계를 불안정하게 하고 공평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원심은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신탁회사는 공사업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 조항을 공사업자의 주장과 같이 해석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계약당사자 일방만이 주장하는 계약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다238540 판결). 그런데 위 조항에는 '수탁자의 반대의사표시가 신탁기간 만료일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있어야 한다'는 기재가 없다. 따라서 계약서에 기재돼 있지도 않은 내용을 추가해 수탁자가 신탁계약 기간만료 초기에만 반대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수탁자에게 예견할 수 없는 부담을 지움으로써 법적 불안정을 가져오고 공평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대법원과 같이 해석할 경우, 공사업자가 신탁회사를 상대로 공사대금지급청구 소송을 하는 도중에 신탁회사의 일방적인 종료의사표시로 인해 의무이행자가 갑자기 위탁자로 변경돼 버릴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신탁회사와 달리 공사업자는 공사대금을 지급할 변제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는 공사업자가 공사도급계약의 당사자로서 '신탁계약의 종료시 포괄적·면책적 계약인수' 조항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부담하게 되는 위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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