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미중 반도체 전쟁이 더 첨예해지고 있다. 전세계가 중국 반도체에 등을 돌리는 가운데, 중국은 여전히 자립 의지를 굳건히 하며 대응에 나섰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 끼칠 영향에도 관심이 커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최근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반도체 업계 '엑소더스'가 본격화됐다.
당장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다수가 중국 수출을 완전히 중단하고 현지 사무소도 철수 중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체에 더이상 장비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현지 업체에서 중역을 맡고 있는 미국인들도 퇴사가 불가피한 분위기다. 미국이 제재안에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중국 기업을 지원할 수 없도록 하면서다.
중국산 반도체 도입도 취소하는 모습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YMTC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는 계획을 보류했다. 제재 영향을 받을 수 있는 OLED 디스플레이도 중국산을 배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중국 반도체 업계는 모처럼 확대하던 점유율을 다시 뺏길 위기에 놓였다.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 낸드 시장 YMTC 점유율은 3.4%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SMIC 등 중국 업체 점유율이 10%를 넘어섰다. 전체적으로 보면 높지 않지만, 오랜 제재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던 상황이었다. YMTC가 200단대 낸드 양산을 발표하는 등 기술 격차도 크게 줄었다.
유럽도 제재에 가세할 조짐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대중 전략에서 중국을 '전면적 경쟁자'로 전환했다. 당초 협력 파트너로 보기도 했지만, 완전히 입장을 바꾸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은 ASML 뿐 아니라 전장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부문 주요 업체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곳도 여럿. 대부분 이번 규제에는 해당되지 않는 분야지만, 중국 의존도를 더 낮출 가능성은 남아있다.
중국은 오히려 더 반도체 굴기를 이어가려는 모습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과학 기술 자립'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면서 맞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첨단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일본 장비 도입이 필수적,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면 양산을 뛰어넘는 기술력을 축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EUV 대체품인 DUV 도입도 불가능해진 상태, 일본이 만든 나노 임플란트 리소그래피(NIL) 장비 활용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 반도체 업계가 경영난에 더해 부패로 얼룩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진다. 미국 제재 속에서도 시장을 위협하던 중국 반도체가 고사 위기에 놓이면서 반도체 주도권을 더 공고히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장비 업체들은 중국 대신 한국에 거점을 확대하며 국내 소부장 생태계 조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미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본격화한만큼 안심하면 안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중국 제재는 미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인만큼, 자칫 미국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반도체 업계는 주요 장비들을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혁신 공정도 있지만, 결국은 해외 기술을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 학문을 비롯해 산업계를 향한 대대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반도체 산업 지원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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