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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석유화학/에너지

[M-커버스토리]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선점 위한 세계의 움직임..."한국만의 전략 필요해"

무섭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폐배터리 10~20년 사이 쏟아져 나와

환경오염과 원자재 수급 안정망 위해서라도 수거·연구·개발 고민 필요해

 

[M-커버스토리]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의 그림자가 짙고 길게 드리우는 가운데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2차전지'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도 전기차(BEV)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전기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수요가 증가했다.

 

산업계에서는 전기차가 2040년경에는 2020년 대비 약 32배 증가한 1억400만대 가량 판매될 것으로 전망치를 내놓고 있어 배터리 시장도 덩달아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25년쯤에는 2차전지가 메모리반도체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보니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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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들어간 이차전지(배터리) 모습/현대차

 

◆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숙제 '환경 오염'과 '공급 안정화'

 

하지만 폭발적인 성장 속에는 이면이 있기 마련이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전기차 물량을 배터리 공급처들이 온전히 감당할 수 있냐는 것과, 내연기관 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전기차도 결국 배터리라는 '폐기물'을 만들어 내는 주범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찌감치 이슈가 되고 있다.

 

먼저 폐배터리 시장이 이목을 끄는 이유는 자원 수급의 안정성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예측 불가 변수나 강대국들의 '에너지 자원 경쟁'이 더 커진다면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기술이 아무리 좋다 한들 재료가 제품을 만들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생산 후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정도 사용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사용기한과 무관하게 차주가 전기차를 아무리 잘 관리해도 전기차의 잔존수명(SOH)이 초기용량 대비 70~80%로 떨어진다면 주행거리 감소, 충전 속도 저하, 급속 방전 리스크 문제를 피하기 힘들어 배터리 교체나 폐차를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버려진 폐배터리가 제대로 해체되거나 관리 받지 못한 채 습기 피해를 당하게 되면 '불산'이 생성돼 토양을 오염시킬 거라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게 바로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다. 산업계에서는 폐배터리의 시장 규모가 2040년 6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도가 높다. 기업들은 합종연횡과 연구를 통한 시장 선점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고, 이미 이런 연구에 뛰어든 중견업체들은 침울한 주식시장에서도 'IPO 대어'로 불리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K-배터리'라는 명성을 넘어 폐배터리 분야에서도 준비된 나라일까. 이 질문은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다. 올해부터 전기차 폐배터리를 민간업체들이 재활용·재사용할 수 있지만 폐배터리의 기준도 모호하고 폐배터리의 안정성을 측정하는 기준도 없이 유통되고 있다. 폐배터리의 분량이 지금은 수치가 유의미할 정도로 많지 않더라도, 전기차 보급이 대세가 되고 난 후 10년 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탄소중립을 위해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를 선택했지만, 오히려 폐배터리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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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ESS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

 

원자재를 얻기 위한 광산 찾기와 새로운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어왔던 기업들이 폐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폐배터리가 에너지 저장 시장과 전기차 시장의 핵심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일본과 중국은 전기차는 물론, 앞서 보급된 하이브리드 차량 내에 있는 작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차량을 만들 때 배터리의 원자재 채취부터 제품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유럽은 2030년 이후 폐배터리 재활용원료 사용 비율을 리튬 4%, 니켈 4%, 코발트 12% 이상 쓰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EU는 폐배터리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표적인 나라다.

 

최근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미국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폐배터리는 해결사로 여겨지고 있다. 해당 법안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만들어진 배터리만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는데, 폐배터리는 이러한 규정을 빠져나간다.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광물을 북미에서 재가공하면 미국 및 미국과 FTA 체결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 자신만의 전략으로 리사이클링 산업 키우는 中·日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폐배터리 수급과 처리, 연구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내연기관 자동차 발전은 늦었지만 국가 산업으로 전기차 발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중국은 배터리 재활용 산업 쪽에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2021년 양회 기간 발표된 정부 보고에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 할 것을 강조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30년 중국의 폐배터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153.1만 톤으로 64.5%를 차지하고, 3원계 배터리가 84.2만 톤으로 35.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돼 그 규모가 크다. 이미 2021년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규모는 165억 위안(3조 1천억원)에 달한다는 보고서 발표가 있었으며, 2022년에는 280억 위안(5조 2천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중국은 쏟아져 나오는 폐배터리 관리와 재활용을 위해 2018년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동력 배터리 재활용 관리 잠정방법'을 발표하고 자동차 생산기업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의 주체적 책임을 부여하는 '동력 배터리 재활용 생산 책임제'를 명시했다.

 

같은 해 7월부터 베이징·상하이를 비롯한 17개 지역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배터리 제조사 ▲중고차 판매상 ▲폐기물 회사와 공동으로 폐배터리 회수·재판매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낼 수 있는 기업을 국가가 지정한 사례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중국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해 규격, 등록, 회수, 포장, 운송, 해체 등 단계별로 국가표준을 제정해 적용하는 등 법제화도 체계적으로 잘 돼 있다.

 

일본의 경우는 하이브리드카로는 시장을 선점했지만 전기차 시장의 후발주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민관 주도로 배터리 재활용 전략을 논의하고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로 꼽힌다.

 

일본의 배터리 및 부품업체 약 30개사가 BASC(배터리 공급망 협의회)를 설립하고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재자원화협력기구(JARP) 등 폐배터리 공급과 재활용 생태계 구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GS에너지는 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포스코센터에서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 설립을 위한 계약 서명식(JVA)을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GS에너지

◆ 기업 간 '맞손'… 폐배터리 시장 투자 박차하는 한국 기업들

 

한국은 대기업 단위의 합종연횡과 합작기업(JV) 설립이나 성일하이텍과 같은 배터리 전문기업들이 폐배터리 산업 선도를 주도하고 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폐배터리를 배터리 원재료로 재사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북미에 폐배터리 재활용과 연계한 양극재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사용에 무게를 두고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성일하이텍과 손을 잡았다. 성일하이텍은 한국 뿐만아니라 헝가리,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 8곳에 재활용 공장(리사이클링 파크)을 가동하고 있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 기업으로 인지도가 높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현재 성일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는 생산 규모는 리사이클링파크 기준으로 6만톤의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고, 이는 메탈 생산량 기준으로 연간 약 4300메탈톤 가량 생산 가능한 규모"라며 "아이오닉 기준 10만대"라고 설명했다. 성일하이텍의 경우는 폐배터리 시장의 전망을 내다보고 일찍이 상업화를 이뤄낸 사례로도 언급된다.

 

포스코홀딩스와 GS에너지도 이차전지 재활용 사업을 위해 합작법인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해당 사업에는 총 1700여억원이 투자되며 향후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는 폐배터리를 수거해 원료를 추출하는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진단, 평가, 재사용 등과 같은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SK는 SK에코플랜트를 통해 올해 초 글로벌 전기전자폐기물 기업 '테스'를 인수하고,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혁신기업인 '어센드 엘리먼츠' 지분 투자에 나서는 등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에 투자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폐배터리 재활용 데모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은 2025년 상용화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SK온·SK이노베이션·SK에코플랜트가 폐배터리 사업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 관계자는 "아직 관계사 간의 협력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가능성은 충분이 있다"면서도 "현재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원천기술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폐배터리 시장에 대기업들이 나서는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했다. 이어 "국내에서 '치킨게임'을 하는 방법으로 성장해서는 안 된다"며 "폐배터리 산업을 글로벌 경쟁이 이뤄지는 비즈니스로 보고 국내 모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폐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순환경제의 완성을 위해 정부와 지차체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인증된 전문 재활용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및 다양한 규제 완화 등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일하이텍 본사 전경/성일하이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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