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잡기 위한 유통가의 노력이 끝없다. MZ세대는 1980년에서 2000년 사이 태어난 이들을 뜻하는 말이지만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출생년도보다는 2030세대에 국한해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영향 받는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소비에 적극적이다. 소비 성향도 다르다. 구세대가 알뜰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중요시 하고 절약을 미덕으로 삼았다면, 2030세대는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이들이 구입하는 것들은 때로는 환경, 인권, 동물권 등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의제들과 관련 있지만 때로는 재미, 과시가 목적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2030세대는 유통가에서 '넝쿨째 굴러온 호박'으로 불린다. 마음 내키는 대로 옳은 가치에, 또는 럭셔리 상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SNS에 자신이 구입한 것을 올리며 자랑하고 인증해 열풍을 일으킨다. 더 나아가 은퇴 후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늦은 부모세대에 트렌드를 전파한다.
◆'올바름을 소비한다' 가치소비
롯데홈쇼핑은 이달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언더웨어 브랜드 '풀다'를 론칭했다. 바디 포지티브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미적 기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신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태도를 뜻한다. 풀다는 장식, 와이어, 후크, 봉제선 등 입었을 때 불편함을 주는 요소들을 최소화하고 편안함을 주는 데 중점을 뒀다.
최미령 롯데홈쇼핑 MZ PB개발팀장은 "편안한 언더웨어를 선호하는 2030여성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MZ세대가 직접 기획한 세 번째 브랜드 '풀다'를 론칭했다"고 말했다.
풀다는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9월 2030세대 직원으로 구성된 'MZ PB개발팀'을 신설한 후 나온 세 번째 브래내드다. 이들은 앞서 고단백 간식 '우주프로틴'과 친환경 브랜드 '아더라피'를 출시해 호응을 끌어냈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 친환경·가치소비 브랜드 '자연주의'를 리브랜딩 한 후 6월부터 자연주의 가공 PL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 성현모 자연주의 바이어는 "갈수록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은 물론, 환경이나 윤리적 가치를 고려하며 소비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친환경 자체 브랜드 가공 상품들을 연이어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자연주의가 내놓은 상품에는 유기농 옥수수로 만든 '자연주의 콘칩', '무항생제 닭과 유기농 찹쌀을 사용한 '자연주의 진심 삼계탕' 등이 있다.
가치소비는 2030세대의 소비 성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경영과 기업의 역할' 조사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64.5%가 ESG를 실천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할 정도로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후 위기가 대두 되면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상반기 동물복지 계란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약 30% 신장했으며, 유기농 우유 매출은 26.6%, 유기농·저탄소 과일 매출은 5.4% 증가했다.
◆'플렉스(FLEX)' 한정·프리미엄·고급문화 '좋아요'
일반 소주의 최소 2배, 최대 5배 이상 비싼 프리미엄 소주는 최근 편의점 업계의 '핫 아이템' 중 하나다. CU에 따르면 프리미엄 소주의 최근 3개월 전년 대비 매출 신장도는 6월 75.1%, 7월 68.9%, 8월 99.4%다.
CU는 이번달 차별화 증류식 소주 '빛24'와 '빛32오크'를 출시한다. 빛24와 빛32오크는 375ml 용량에 7900원과 12900원으로 프리미엄 소주다. 빛 소주의 제조는 경상남도 창녕군에서 1945년부터 3대째 이어오는 전통주 양조장인 '우포의아침'이 맡았으며, 우포늪으로 유명한 자연 생태 지역 우포에서 생산한 쌀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이보다 앞서 GS25는 힙합 아티스트 박재범의 주류 회사 원스피리츠에서 내놓은 원소주를 단독 출시해 오픈런과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라방 전문 플랫폼인 프리즘은 지난 5월부터 4개월 간 8회 '프리즘 체크인' 방송에서 특급호텔 객실 총 7000여 개를 판매해 약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방송 1분만에 한정 패키지가 매진 되고 9분만에 매출 3억원을 달성하는 등 큰 매출을 올렸다.
프리즘 체크인은 특급호텔에서 플렉스(FLEX)하는 '호캉스' 트렌드를 즐기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다. 타깃의 취향한 힙(Hip)한 영상미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호텔 패키지에 고급 외제차 롤스로이스, 발렌타인 위스키, 예술작품 컬래버를 결합했다.
2030세대에 흔한 플렉스 문화는 과시적 소비의 일종으로 프리미엄·한정 상품과 고급 문화를 자신의 가치 판단에 따라 과감히 즐기는 현상이다. 박주하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교수는 플렉스 현상의 특성 논문에서 "플렉스 문화는 과시적 소비의 연장선상에서 SNS에 명품을 인증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서도 "개인의 정체성 표현이나 재미를 획득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함과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행위로 수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덜트 문화에 익숙한 어른이들 '추억 소비'
지난달 24일 세븐일레븐이 단독으로 판매 중인 디지몬빵이 출시 첫 일주일간 25만 개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디지몬빵은 출시 첫날 점포에 입고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몬'은 2000년대 유치원·초등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의 캐릭터다. 현재 디지몬빵을 쓸어가는 이들은 어린시절 디지몬을 '본방사수'했던 2030세대다.
'포켓몬빵'으로 시작한 포켓몬스터 컬래버 상품도 계속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SPC삼립에서 재출시한 후 포켓몬빵은 8월 기준 누적 약 8000만 봉을 판매했다. 포켓몬스터와 컬래버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공식이 선 후 유통가는 2030세대가 어린시절 봤던 1기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상품을 쏟아내 일각에서는 '포켓몬 피로도'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월 포켓몬 빵 이후 출시된 포켓몬 컬래버 상품에는 아이스크림, 도너츠, 화장품, 패션브랜드, 신발, 피규어, 인형 등 품목을 가리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시 되는 대다수 캐릭터 컬래버 상품은 현시점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상품과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방영된 애니메이션 상품으로 양분됐다"며 "유독 특정시기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컬래버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해당 시기 애니메이션 팬이었던 이들의 구매력이 크기 때문일 수밖에 없고, 현재는 그게 2030세대"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래머블' 인생샷 한 장 남기기
최근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ble)'이다. 인스타그래머블은 이미지 중심 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란 뜻의 신조어로 사진찍기 좋은 장소를 지칭한다. 인스타그래머블이 2020년 무렵부터 확실한 매출을 보장해주는 마케팅으로 자리잡은 후 공간과 장식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떠올랐다.
지난 4월, 코로나19 방역규제 해제가 예고된 후 롯데는 롯데월드타워에 15m 높이의 초대형 '벨리곰' 조형물을 설치했다. 귀여운 얼굴을 한 분홍곰 '벨리곰'을 보기 위해 다녀간 방문객은 3일만에 50만 명을 넘겼고 2주 만에 200만 명을 기록했다.
벨리곰에 이어 8월 같은 장소에 설치된 '스마일링 포켓몬 플레이존'도 일주일간 100만 명이 다녀갔다. 벨리곰과 피카츄를 보기 위해 온 이들은 줄을 서서 15m 높이의 조형물 아래서 '인생샷'을 남겼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은 기획 초기부터 공간 구성에 각별히 집중해 개점과 동시에 2030세대의 '인생샷' 성지로 유명해졌다. 9월 현재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더현대서울'로 올라온 게시물의 수는 9월 현재 40만 개에 육박한다.
기세를 몰아 매출과 방문객의 수도 압도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 개점했으나 1년만에 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3000만 명이 다녀갔다. 오픈 1년간 더현대 서울의 연령대별 매출 비중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0.3%로 다른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20~30대 매출 비중(24.8%)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구매 고객수에 있어서도 20~30대 고객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 더현대 서울에서 물건을 구매한 고객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9.3%, 38.9%를 기록했다. 30대 이하 고객이 58.2%를 차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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