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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방/외교

[어수선하軍] 헤어질 결심, 장기복무자 희망 뚝...군대여 안녕

문형철 캐리커쳐. 예비역 육군 소령으로 비상근복무예비군과 군사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 군관련 커뮤니티와 오픈카톡방에 '**사단 초급장교와의 간담회: 장기희망자 없음·전역희망자 증가'라는 글이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물론 진위여부를 따져봐야겠지만, 이글을 접한 대다수의 현·예비역 장교들은 "잘 요약된 현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단 초급장교 간담회의 내용을 요약하면 ▲미래없는 삶 ▲잦은 이동에 따른 인간관계의 어려움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군의 교육 ▲군인연금 삭감 등 희생에 대한 보상상실 ▲군수뇌부의 과도한 통제 ▲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 ▲거짓된 대응과 일상 ▲구시대적 사고방식 ▲장교는 책임만 지는 사람 등이었다.

 

기자가 현역장교 복무시절 겪었던 것과 상당수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달라진 부분도 보인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직업군인의 선호도는 높아졌고 우수한 인재들이 군에 많이 유입됐다. 장기복무희망자도 크게 늘어났다. 90년대 초반 군에 남으라고 초급장교의 소매를 붙잡았던 모습은  사라졌다. 90년대 중반에 임관한 장교들부터 '장기복무 선발'이라는 과제가 이 청년들을 쪼아대는 수단이 됐다.

 

지금 50대초반에서 30대후반에 이르는 장관급 장교 일부와 영관급 장교 다수의 청춘은 장기복무 선발이라는 지옥의 경쟁이었다 보니, 오늘날 국군이 열정페이와 통제가 가득하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후배들의 고통은 결국 선배들의 잘못인 셈이다.

 

후배 장교들의 삶은 기성 장교들의 삶과 매우 다르지 않던가. 군사정부의 영향력의 꼬리에 섰던 세대와 문민정부와 모바일정보 속에 자란 세대는 같은 군복과 장교단이라는 소속 빼고는 '신인류'라고 부를 정도로 다를 것이다.

 

초급장교인 한 후배는 기자에게 "군생활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표현이 맞다"며 "군대가 군인을 사랑하지 않는데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군인을 사랑하지 않는 군대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임무 중 부상을 당한 군인에게 책임은 너의 것이라고 세뇌교육시키던 작전장교와 중대장이 떠올랐다. 그런 선배들을 보고 배운 기성장교들은 그 모습을 부정하면서도 닮아온 것은 아닐까.

 

2018년 3월 세상을 떠난 유호철 대위가 떠오른다. 2008년 육군 통신병과 소위로 임관한 유 대위는 쾌활하고 낙천적인 장교였다. 하지만 7년 가까이 1급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간 군시설물에 통신선로 등을 점검을 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탓에 2014년 8월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술·담배를 하지 않았고, 폐암가족력도 없었던 유 대위였다.

 

기자는 군사 관련 커뮤니티에서 유쾌한 글들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던 이 후배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임종하기 전까지 유 대위가 폐암말기 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 그의 글은 힘이 느껴졌다. 그런 유대위를 군 당국은 매몰차게 모른척 했고, 일부 매체들이 이를 지적하자 국방일보의 팩트체크에 보도를 한 기자들이 오보를 낸 것이라며 자위를 한 국방부였다.

 

유 대위가 떠난 지 3년이 지난 지난해 JTBC는 한국석면안전보건연대와 함께 군부대 석면건축물 관리대장 1836건을 입수해 분석했고, 관리 부실을 7733건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과거의 관행과 땜질식 대응, 강한 자기만족 이병들을 군수뇌부가 고치지 못하면 국군은 황량한 사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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