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내 정유 4사의 하반기 수익성에 구름이 끼었다. 국제 석유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며 정제마진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침체, 횡재세 도입 논란 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의 상반기에만 올린 영업이익은 총 12조원이다. 구체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이 3조9783억원(전년 대비 249% 증가) 흑자를 기록했고, 이어 GS칼텍스 3조2133억원(219% 증가), 에쓰오일 3조539억원(154% 증가), 현대오일뱅크 2조748억원(206% 증가) 등 순으로 4사 영업이익 합계는 12조3203억원으로 집계됐다.
초호황 영업이익 기반에는 올해 상반기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가 덕분이다. 정유사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용 등을 뺀 수익성 지표를 의미한다.
하지만 하반기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연일 치솟던 국제유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정제마진도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다. 또 정치권 중심으로 언급되고 있는 '횡재세' 도입도 정유업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통상 약 4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8월 셋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 당 11.3달러로 지난달 셋째 주 3.9달러보다 3배 이상 올라 반등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겨울철을 대비하는 계절적 수요가 반영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치솟았던 정제마진은 큰 낙폭으로 하락하다가 최근 소폭 다시 오른 상태다.
그럼에도 상반기와 초호황 수준의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업이익이 높아짐에 따라 정유 4사에 부과되는 법인세의 규모도 상당하고 '횡재세' 도입에 대한 논쟁도 끝나지 않아 업계 불확실성을 더해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법인세는 연말 실적까지 합산해 바로 다음 해에 납부하는데, 상반기 수익이 큰 탓에 과세금액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법인세는 내년 3월 말 경 최종 영업이익과 함께 확정된다.
23일 국내 정유 4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누적 연결기준 법인세 비용 합산은 약 3조173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9090억원) 보다 249% 증가한 수치다.
정유 4사 모두 3배 이상의 법인세를 지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의 법인세는 1조18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36억원보다 약 3배 증가했고, 에쓰오일은 71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05억원보다 3배 가량 증가했다. GS칼텍스는 올 상반기 81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91억원) 보다 약 4배 늘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458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1437억원) 3배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 와중에 '횡재세' 논란도 종결되지 않아 정유4사의 걱정은 해결되지 못했다. 영국과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횡재세는 일정 수준의 이익을 초과하면 추가로 세금을 걷는 초과이윤세를 뜻한다.
정유사 관계자는 "실적만큼 법인세를 낼텐데 횡재세까지 시행된다면 '이중과세'다"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어 "횡재세를 시행하고 있다는 영국도 원유를 시추 권한이 있는 엑손모빌과 같은 회사에만 적용했다"며 "원유를 글로벌 책정가에 따라 구매해 정유하는 기업은 횡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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