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웹툰 등의 콘텐츠는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고 이러한 구성요소 중에서도 '글(text)'은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글은 콘텐츠 내에서 자막, 대사, 컴퓨터 그래픽 효과 등으로 활용되는데, 최근에는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어떤 모양(디자인)으로 해당 글을 나타낼 것인지도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고 있다. 즉, 광고 포스터 속에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를 삽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세상에 없던 가장 빠른 복사기"라는 문구 자체도 중요하지만 해당 문구를 어떠한 모양으로 표현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
콘텐츠 제작에서 이러한 글의 표현은 대부분 폰트(font) 파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폰트'는 글자의 모양을 의미하는데, 디자인보호법에서는 '글자체'를 기록이나 표시 또는 인쇄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형태로 만들어진 한 벌의 글자꼴(숫자, 문장부호 및 기호 등의 형태를 포함한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디자인보호법 제2조 제2호). 그리고 법원은 '폰트 도안' 또는 '서체 도안'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글자의 모양은 원칙적으로 그 자체로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으나, 특정 글자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폰트 파일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 인정돼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 그러므로 어떤 특정 폰트 파일에 따라 생성된 글씨를 그대로 종이상에 따라 적는 것은 저작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지만, 해당 폰트 파일을 허락 없이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해 사용하는 것은 복제권 등의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다운로드 받아 개인적으로만 사용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저작권법에서 저작재산권 제한규정 중 하나로 "가정과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 개인적인 목적(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으로 복제하는 경우 등에는 그 목적상 필요한 범위에서 공표된 프로그램을 복제 또는 배포할 수 있다. 다만, 프로그램의 종류·용도, 프로그램에서 복제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 및 복제의 부수 등에 비춰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된다(저작권법 제101조의3 제1항 제4호).
실제로 어떤 개인(피고)이 자신의 홈페이지 및 블로그 등에 게시한 글 말미에 자신의 별명(닉네임)에 해당하는 특정 문구(A)를 기재했는데 이 문구에 원고 회사가 개발해 저작권을 등록한 폰트 파일이 사용돼 문제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수원지방법원은 ① 위 문구는 피고가 어린 시절부터 사용해 오던 별명으로 특정 업체 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위 문구가 작성자를 해당 글의 하단에 표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일 뿐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② 위 문구가 포함된 글 또한 그 내용이나 게시된 인터넷 사이트의 성격상 영리를 목적으로 작성·게시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가 위 문구 작성 이외에 해당 폰트 파일을 추가로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 등에 기초하여 저작권법 제101조의3 제1항 제4호가 적용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수원지방법원 2020나101338 사건).
폰트 파일의 사용은 저작권 침해를 구성할 수 있지만 가정 내에서의 개인적 복제 등의 경우에는 위에서 본 것처럼 저작재산권 제한규정이 적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 및 기업으로서는 폰트 파일이 원칙적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 폰트 파일 등의 사용에 앞서 무료 폰트인지, 이용허락의 범위가 어떠한지 등을 미리 확인하여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