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설계는 경직돼 있는 상속제도를 당신과 가족들의 구체적인 상황에 맞게 최적화시키는 과정이다.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설계를 하려면 유언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유언대용신탁이 필요하다. 유언대용신탁은 기존의 민법상 상속제도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고령사회의 요청에 맞는 다양한 상속설계 내지 통합자산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훌륭한 제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언대용신탁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유언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들것으로 생각하고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실제로 금융기관인 신탁회사에 유언대용신탁을 의뢰하면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심지어 유언대용신탁을 할 수 있는 자산의 규모도 일정 금액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신탁회사와 유언대용신탁을 체결하는 것은 상속재산과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하거나 경제적인 부담을 가중한다. 신탁회사는 전문인력이 신탁받은 재산을 관리하여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하기에 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일정한 규모에 미달하는 재산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애지중지하며 사용해온 조리도구와 카메라, 공들여 만든 사진 블로그, 매일 같이 가족 사진을 업로드한 인스타그램 그리고 살고 있는 집이 전부인 당신은 유언대용신탁을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신탁법은 누구나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유언대용신탁을 신탁회사와의 계약이 아닌 신탁선언의 방법으로 설정하면,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처럼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신탁선언에 의한 유언대용신탁이다.
영미권에서는 유언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신탁을 설정한다. 우리보다 부자가 많아서가 아니다. 유언대용신탁도 유언처럼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Living Trust가 바로 신탁선언에 의한 유언대용신탁이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마이클잭슨 역시 신탁선언에 의한 유언대용신탁으로 상속을 설계했다. 상당한 자산가인 마이클잭슨도 신탁회사와의 계약이 아닌 신탁선언에 의한 유언대용신탁을 체결했을 만큼, 영미에서 신탁선언에 의한 유언대용신탁은 안정적이고 전형적인 상속 방법이다.
신탁선언에 의한 유언대용신탁은 어떻게 설정하는 것인가. 신탁은 신탁을 설정하려는 자(위탁자)와 신탁을 인수하는 자(수탁자)간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 재산을 이전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일정한 자(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그 재산을 관리, 처분, 운용 등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다. 이때 위탁자가 신탁회사를 수탁자로 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유언대용신탁의 모습이다. 신탁선언에 의한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자기 자신을 수탁자로 하고 수익자를 정한 후 이를 공증하는 방식으로 설정되는 신탁이다. 즉 신탁하려는 재산을 제3자에게 이전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보관하면서 수익자와 수익권의 내용을 정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 위탁자(동시에 수탁자)가 사망한 후에 신탁된 재산을 수익자에게 급부할 사람(사후수탁자)이 필요하므로 사후수탁자를 미리 정해 둔다. 사후수탁자는 당신이 가장 신뢰하는 가족이나 친구일 수도 있고 신탁회사가 될 수도 있다. 참고로 마이클잭슨은 신뢰하는 친구들을 사후수탁자로 정했다. 이렇게 하면, 당신이 지금 당장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더라도, 당신이 먼 곳으로 갈 때까지 신탁선언문을 공증하는 비용 등 적은 금액의 행정적인 비용만 발생할 뿐 고액의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는다. 당신이 먼 곳으로 간 이후에 당신이 신뢰하는 사람들이 사후 수탁자가 돼 당신이 희망한 방식대로 상속재산을 처리해 줄 것이다. 보다 전문적인 처리를 희망한다면 신탁회사를 사후 수탁자로 정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수수료가 발생할 것이다. 다만 신탁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에 신탁설정비용이나 보관비용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에 의한 유언대용신탁보다 훨씬 저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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