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심의는 8년 만에 법정 기한을 지켜 마무리 됐지만 심의가 예년보다 빠르게 진행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단체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방식을 개편하고 경제에 끼칠 부작용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난 악화 등 역풍이불면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영계 갈등 장기화 조짐…일자리 감소 우려 목소리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도 최저임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노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가운데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최저임금 단일안인 '9620원'에 대한 표결을 통해 결정됐다.
이번 결정에 대해 노사 양측은 모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논의를 진행했으나, 경영계와 노동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공익위원들이 제출한 중재안을 표결에 부쳐 자정께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하지만 사용자위원 9명은 최저임금 중재안에 반발하면서 표결을 앞두고 전원 퇴장했다. 여전히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영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여파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5년간 물가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오른 최저임금 수준, 한계에 이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법에 예시된 결정요인, 최근의 복합경제위기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이번 5.0%의 인상률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어 "한계에 다다른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수용성조차 감안하지 않은 이번 결정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의 필요성은 더욱 뚜렷해졌다"며 "정부는 업종별 구분 적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내년 심의 시에는 반드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의 논평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뛰어넘는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소속 근로자의 일자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용안정 대책도 보완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최저임금 제도가 취약층을 지원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적절한 정책수단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책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물가 급등 등으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며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전경련은 또 "저숙련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일자리 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는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최저임금 결정 요소에 기업 지불 능력을 포함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종별 구분 적용…"현실 외면한 결정"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기업의 경영 애로를 가중시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활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2018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고용 불안에 따른 소득 저하가 확대되고 수많은 영세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영계의 애로가 크게 가중된 자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견련은 "모두의 이웃이자 가족으로서 근로자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위기 극복과 국부 창출의 주체로서 기업의 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근로장려금, 일자리안정기금 등 적극적인 정책 지원의 속도감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도 입장문을 통해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고용축소의 고통은 중소기업과 저숙련 취약계층 근로자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중기중앙회는 이어 "중소기업이 처한 경영상황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수준을 주장한 노동계와 공익위원은 향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보도자료를 통해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이며, 5.0%의 인상률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 수용 불가임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낸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소공연은 "빠른시간 안에 이의제기를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모임인 한국편의점주협회(이하 협의회)는 "인상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협의회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편의점 절반이 장시간의 노동에도 불구하고 한 푼도 벌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뿐만 아니라 을과 을의 갈등을 유발하고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떨어진 편의점 점주를 범법자로 내모는 결정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월평균 매출은 4357만원으로 인건비와 임대료·가맹수수료 등을 지불하면 순소득은 손익분기점 수준이다. 편의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협의회 주장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편의점 점주 절반이 질병에 시달리며 매일 10시간 넘게 근무해도 손에 단 한 푼도 쥘 수가 없다"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점포당 월 30만~45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편의점을 포함한 영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책을 강력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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