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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113) 오색빛깔 장미꽃밭 펼쳐진 서울 중랑구 묵동 '중랑장미공원'

지난달 30일 시민들이 중랑장미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장미 꽃잎이 활짝 펴서 꽃송이가 엄청나게 커졌지만, 향기는 좋았습니다. 동부간선도로 옆 제방을 아름답게 가꾸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네요", "입구에 들어서면 장미향이 가득한 게 마치 향수를 뿌린 것 같습니다",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며 다양한 장미를 만끽할 수 있어 해마다 찾게 되는 곳이에요", "장미 많고, 사람은 더 많고··· 즐겁고 좋았네요"

 

전세계 구글 이용자들이 특정 장소에 5점 만점으로 별점을 매기는 '구글 리뷰'에 올라온 중랑장미공원 방문 후기들이다. 이달 7일 오후 2시까지 등록된 중랑장미공원에 대한 장소 리뷰는 총 812개에 이르며, 만족도는 4.3점으로 높은 편이다. 지난 2019년 세계 각국에 주재한 우리나라 재외공관 중 상당수가 5점 만점에 2~3점 초반대의 낙제점을 받은 것과 대비된다.

 

구글 리뷰에 등록된 중랑장미공원 방문 후기 812개를 주제별로 분류한 결과 산책과 관련된 내용이 57개로 가장 많았고, 꽃(41개), 축제(39개), 운동(22개), 5월(19개), 사진(16개), 중랑(9개), 행복(7개)이 뒤를 이었다.

 

◆장미에 진심인 중랑구

 

지난 5월 30일 중랑장미공원을 찾았다./ 김현정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중랑장미공원을 방문했다. 중랑장미공원은 서울 중랑구 묵동에 자리한 봉화산과 성북구 상월곡동을 지키는 천장산 사이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6호선 태릉입구역 8번 출구에서 중랑천 방향으로 276m를 걸으면 한붓긋기(손을 떼지 않고 목표한 그림을 한 번에 그리는 것)로 만든 듯한 장미 조형물과 함께 중랑장미공원의 입구가 나온다.

 

중랑장미공원은 도심을 가르는 하천을 따라 중랑구 서쪽 경계를 감싸 안으며 5.45km의 길이로 길게 조성됐다. 중랑천 구간(월릉교~장평교·5.15km)과 묵동천 구간(구 묵동교~월릉교·0.3km)으로 이뤄졌으며, 하늘 위에서 보면 거울에 비친 '기역자'처럼 생겼다.

 

지난달 30일 중랑장미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구는 "중랑천 범람을 막기 위해 1970년대에 축조된 제방이 장미로 아름답게 물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며 "중랑구는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로 실직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공공근로 사업의 일환으로 중랑천 제방에 장미를 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에도 구는 중랑천에 계속 장미를 심었고, 2005년에는 주민들의 제안으로 장미터널이 만들어졌다"며 "주민들의 호응을 얻어 해마다 장미터널을 연장하고 곳곳에 장미를 심은 결과 중랑천은 본래의 삭막한 모습을 벗고 꽃향기 가득한 중랑장미공원으로 거듭났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30일 중랑장미공원 내 장미전망대에서 장미정원을 관람했다./ 김현정 기자

가장 먼저 장미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무판자를 여러 개 이어 붙여 만든 전망대는 노아의 방주를 단순화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이날 중랑장미공원에서 만난 이모 씨는 "통일전망대, 63빌딩 전망대, 롯데월드타워 전망대는 들어봤어도 장미 전망대는 처음"이라며 "다양한 색깔의 장미가 아름답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장미 전망대에 서면 붉은색, 흰색, 자주색 장미를 구역별로 나눠 심어 놓은 묵동천 장미정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형형색색의 장미 구경을 마친 뒤 수림대 장미정원으로 향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지난달 30일 중랑장미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수림대 장미정원에는 꽃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이 곳곳에 설치됐다. 천문대에 있는 망원경 돔 같은 구조물과 센서에 손바닥을 대면 색이 변하는 반지 모양 조형물, 장미꽃목걸이를 두른 채 하늘을 바라보는 여신상 등이 방문객들을 맞았다. 길들이 온통 꽃으로 둘러싸여 장미 미로를 따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랑장미공원의 하이라이트는 장미 터널이었다. 터널 철제 구조를 뒤덮은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본 사람들은 "와, 너무 아름답다", "아이고, 예쁘다" 등의 감탄사를 쏟아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음에도 마스크 낀 상태가 익숙해져 좀처럼 얼굴을 내놓지 않던 사람들도 장미터널에서는 주먹만한 꽃을 코에 가져다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댔다.

 

지난 5월 30일 중랑장미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달 30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친구들과 중랑장미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온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으로 장미꽃을 접사로 촬영하다가 일행이 다 함께 사진 찍자고 부르는 소리에 황급히 달려가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곤 했다. 둥글게 모여 사진을 보던 사람들 무리에서 "어머, 나 혼자 마스크 썼네. 왜 말 안 해줬어!", "언니는 사진만 찍으면 눈을 감네. 루테인 먹어"라는 등의 말소리가 흘러나와 지나가던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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