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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112) 선사시대 생활상 엿볼 수 있는 '서울 암사동 유적'

4일 오후 '서울 암사동 유적' 내 박물관에서 선사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한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재현해 놓은 전시를 볼 수 있었다./ 김현정 기자

'선사시대'는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기 전의 시대를 의미한다. 문자로 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탓에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은 그들이 남긴 유적과 유물을 통해 추측해야 한다. 서울 암사동 유적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토기, 석기 등 유물이 노출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 학자 요코야마와 후지타가 암사리 한강변에서 다량의 토기와 석기를 수습했다. 이후 1957년 경희대학교에 의해 처음으로 간단한 발굴이 이뤄졌고, 1960년대에 이르러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1968년 장충고등학교 야구부 훈련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선사시대 주거지가 드러나게 돼 대학연합의 발굴조사가 추진됐다. 1975년까지 수혈주거지, 빗살무늬토기, 어망추, 갈돌 등의 신석기시대 유물과 백제시대 유물들이 보고됐고, 2015년 유적공원의 시설 정비를 위한 시굴조사에서 신석기시대와 삼국시대 문화층이 발견됐다.

 

유구 확인을 위해 이듬해부터 2018년까지 벌인 발굴조사에서 중심에 불자리가 있는 원형 움집 구조의 신석기시대 주거지와 백제시대 주거지들이 중첩돼 나타났다. 특히 신석기시대 주거지에서는 암사동 유적 최초로 옥으로 만든 장신구와 흑요석재 등이 나왔다.

 

현재까지 암사동 유적에서는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빗살무늬토기와 갈돌, 갈판, 도끼, 어망추 등 석기유물이 출토됐고, 불에 탄 도토리도 발견됐다.

 

◆암사동 출토 유물 전시된 박물관

 

지난 4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암사동 유적' 입구로 들어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4일 기원전 5000~4000년경에 형성되기 시작한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 문화 초기단계의 마을 유적을 만나볼 수 있는 '서울 암사동 유적'을 찾았다.

 

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역 4번 출구에서 구리암사대교 방향으로 1.1km(도보 18분 소요)를 걸으면 나무 기둥을 엮어 만든 울타리가 쳐진 '서울 암사동 유적' 입구가 나온다. '빗살무늬 토기의 예술혼이 살아있는 곳, 서울 암사동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목적지를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입장했다. 입장료는 만 19세~64세 어른은 1명당 500원, 만 7세~18세 어린이와 청소년은 인당 300원으로 책정됐다. 입장권 뒤에는 '문화재보호기금법에 의거해 관람료 징수금액의 100분의 10을 문화재보호기금에 납부하고 있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서울 암사동 유적은 하늘 위에서 보면 동쪽으로 나부끼는 깃발처럼 생겼다. 입구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유구보호각, 복원움집, 박물관, 선사체험마을이 차례로 들어섰다.

 

이달 4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 암사동 유적' 내 조성된 박물관을 관람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지나 '암사동선사유적박물관'으로 갔다. 전시관의 주요 유적은 암사동 유적에서 발굴된 빗살무늬 토기였다. 토기의 입술 부위에는 손톱 등을 찍어 눌러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짧은 빗금이 3~5열로 새겨졌다. 몸통 부위에는 옆으로 누운 'V'자를 여러 개 겹친 문양이 찍혀 있었다. 이 무늬는 생선의 뼈 모양과 비슷해 '어골문'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바닥 부위에는 몸통과 연결되는 빗살 문양이나 동심원 무늬가 그려졌다.

 

이달 4일 오후 '서울 암사동 유적' 내 박물관에서는 이 일대 지역에서 출토된 빗살무늬 토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김현정 기자

박물관 측은 "암사동 유적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빗살무늬 토기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약 6000년 전 암사동에 살았던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주어진 자연환경에 적응, 토기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새로운 문화 인류의 서막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4일 오후 보호자와 '서울 암사동 유적' 내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가 '불 피우기' 체험을 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이날 암사동선사유적박물관을 찾은 한 어린이는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눌비빔(가로 막대를 오르락내리락 움직여 세로 막대를 회전시켜 불꽃을 얻는 것) 방법으로 불 피우는 체험을 하며 즐거워했다.

 

이외에도 박물관에서는 신석기 시대 한강에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소형 크기의 동물(멧돼지, 두더지, 노루, 너구리, 족제비, 고라니, 멧토끼, 사슴)과 물고기(점농어, 황복, 누치, 동자개, 참마자) 등을 볼 수 있었다.

 

◆선사 체험 마을·유구 보호각 등 볼거리 가득

 

지난 4일 오후 보호자와 '서울 암사동 유적'을 찾은 한 어린이가 민들레 홀씨를 불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 암사동 유적에서 방문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선사시대 생활상을 재현한 조형물이 설치된 '선사 체험 마을'이었다. 그물망으로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 직접 잡은 사슴을 어깨에 지고 가는 사냥꾼들, 모닥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는 선사시대 사람들을 마을 곳곳에서 마주했다.

 

4일 오후 '서울 암사동 유적' 내 '선사 체험 마을'에서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을 볼 수 있었다./ 김현정 기자

지난 5일 선사 체험 마을로 나들이를 나온 동네 주민들은 너른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놓고 소풍을 즐겼다. 그 옆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기가 민들레 홀씨를 입으로 후후 불며 까르르 웃고 있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암사동 유적'에 조성된 '체험 움집'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서울 암사동 유적에는 내부 관람이 가능한 움집도 하나 마련됐다. 움집의 생김새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비가 올 때 갓 위에 덮어쓰는 우장 '갈모'와 비슷했다. 이 체험 시설은 암사동 유적에서 발굴 조사된 신석기 시대 움집을 약 1.5배 확대해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창을 손질하는 아버지, 고기를 써는 어머니, 물고기를 굽는 아들, 음식을 먹는 딸을 표현한 사람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았다. 외형이 실제 사람과 유사해 약간 섬뜩하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였냐면 얼음땡 놀이를 하다가 '얼음'에 걸려 멈춰있는 것처럼 보였다. 체험움집을 빠져나와 유구보호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달 4일 오후 '서울 암사동 유적' 내 조성된 '유구 보호각'을 찾았다./ 김현정 기자

한양대학교문화재연구소는 2016~2017년 학술발굴조사를 실시해 신석기시대 주거지 8기와 삼국시대 주거지 5기, 수혈유구 5기를 확인했다. 그중 일부 중요 유구를 보존하고 교육 현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립한 보호시설이 이 유구보호각이다.

 

4일 오후 '서울 암사동 유적' 내 '유구 보호각'에서 신석기시대 주거지 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현정 기자

유구보호각 안에 보존된 신석기시대 주거지가 가장 눈에 띄었다. 이 주거지 내부에서는 탄화된 목재와 돌을 둘러 만든 화덕자리가 확인됐다. 목재의 탄화된 흔적이 비교적 형태를 갖추고 있어 화재로 인해 폐기된 주거지로 추정됐다. 주거지 내부 전체 범위에서 토기편이 출토됐고, 바닥면에서는 완성된 형태로 복원 가능한 빗살무늬토기 한 개체가 나왔다고 한다.

 

강동구는 서울 암사동 유적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구는 서울 암사동 유적 세계유산 등재 기원 범국민 서명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현재까지 서명에 참가한 시민은 총 4658명으로 집계됐다. 캠페인 참가 희망자는 '암사동 선사 유적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서명 운동에 동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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