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상속설계가 왜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면 되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상속설계를 위해 고려해야할 요소들에 대해 살펴봤다. 지금까지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어떤 것을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유언은 법률에서 유언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것만 할 수 있는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무제한에 가까운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유류분은 다른 문제다.
우리 민법은 당신(피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남겨질 가족들(상속인)에게 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속분의 2분의 1(직계비속 및 배우자) 내지 3분의 1(직계존속 및 형제자매)을 유류분으로 인정하고, 그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는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즉, 당신이 두 자녀 중 첫째에게 모든 재산을 남기는 것으로 상속을 설계하더라도, 당신이 먼 곳으로 간 후 상속을 받지 못한 둘째가 첫째를 상대로 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속분인 50%(당신이 상속에 관해 정하지 않을 경우 상속인들은 법률에서 정해둔 비율로 상속한다)의 2분의 1인 25%에 대해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첫째는 이를 반환해야만 한다. 즉, 당신이 상속을 설계하더라도 남겨질 가족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범위에서는 당신의 의도가 관철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상속을 설계하면, 당신이 먼 곳으로 떠난 뒤에 남겨진 가족들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상속설계에서 배제된 둘째는 물론, 유류분반환청구를 당하는 첫째에게도 매우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당신이 바라는 상황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속설계에서 유류분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면 일정한 경우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됐다. 이를 두고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기만 하면, 유류분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 판결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고, 판결문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으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특히 당신이 먼 곳으로 가게 될 수십년 뒤에는 이 부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립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해외의 사례나 학계의 동향 그리고 당시 위 판결이 선고된 구체적인 사정(필자가 위 하급심 판결에서 승소한 바로 그 소송대리인 중 한 명이다)을 고려하면, 유언대용신탁이 유류분을 해결해줄 것이라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유언대용신탁을 하기만 하면 유류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상속을 설계했는데, 정작 당신이 먼 곳으로 떠난 후에 유류분반환청구로 인해 첫째가 괴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 위험(필자는 이를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구체적인 위험이라고 본다)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결국 모두 사랑하는 가족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자산을 첫째에게 전하고 싶다면, 수익자연속신탁을 통해 보완하는 방법이 있다. 수익자연속신탁을 활용하면, 둘째에게 유류분이 침해되지 않을 정도인 25%의 가치에 상당하는 수익권을 주는 것으로 설계한 다음, 혹시라도 둘째가 수익급부를 받을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하면 위 수익권을 다시 첫째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비록 시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당신이 최초에 의도했던 상속설계에 조금이라도 더 부합하는 결론에 이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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