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에 차기 정부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 '흔들'
인수위 관련 공약 철회하거나 속도 늦추고 있어
부동산 규제 완화 시장 기대 못 미칠 것이란 관측
차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집값이 들썩이면서 공약을 철회하거나 속도를 늦추고 있어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신중한 접근을 시도하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집값 상승 조짐에 새 정부 부담↑
최근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11일 조사 기준)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포함)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0.21%를 기록했다. 지난 3월 0.10%보다 0.11%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률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지난달 0.05%에서 이달 0.11%로 올랐다. 같은 기간 경기는 0.06%에서 0.29%, 인천은 0.07%에서 0.19%로 오름폭이 커졌다. 수도권 전체적으로도 0.06%에서 0.22%로 증가했다.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당시 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장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 재건축 추진 단지에선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면적 155㎡(6층) 매물이 지난 15일 59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지난해 4월 거래가격 55억원보다 4억원가량 올랐다. 동작구 여의도동 한양 전용 149㎡도 지난달 29일 2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 대비 3억8000만원 상승한 것.
◆흔들리는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문제는 집값이 심상치 않으면서 인수위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점이다. 당초 인수위는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단 방침이었다.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촉진 특별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전면 재검토 등이 대표적 규제 완화 공약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면서 인수위는 속도조절에 나섰다. 심지어 일부 공약은 철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공약은 폐기 수순을 밟는 분위기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도 인수위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전면 재검토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해 보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택 임대시장 안정 차원에서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다시 활성화하겠단 약속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임대사업은 다주택자들의 절세수단으로 악용돼 시장에 매물 잠김현상이 나타나는 등 집값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인수위는 한 달이 다되도록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완화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시장에 잘못된 가격 신호를 줄 수 있는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는 윤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일 "재개발·재건축 30년 정밀 안전진단 면제 공약 실현이 어려운 것 처럼 여러 공약들이 검토 과정에서 후퇴하는 경우들이 꽤 있을 것"이라며 "차기 정부라고 해서 부동산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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