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채권, 펀드가 아니다. 한국 드라마, 영화, 전시, 공연, 웹툰, 여행 상품 등에 투자한다. 특정 제작팀이 만든 개별 콘텐츠 상품에 직접 투자하며, 흥행 실적에 따른 수익 정산이 이뤄진다. 이른바 K-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이다.
"콘텐츠 투자 시장에서 시정 점유율 1위 사업자가 되는 것이 지난해 목표였고, 달성을 했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누구나 한국 문화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펀더풀은 지난 2019년 설립돼 작년 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 등록을 완료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주요 고객은 콘텐츠 제작팀과 투자자다. 제작사에게는 새로운 자금 조달의 창구 역할을 하며, 투자자들에게는 K-콘텐츠에 투자할 기회를 열어준다.
윤성욱 펀더풀 대표이사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콘텐츠에 관한 전반적인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미국이나 영국처럼 자본시장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 등 창의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투자 상품을 만드는 등 온라인 공모시장이 활성화돼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소액공모라는 자본시장의 틀에서 벗어나 해당 상품에 투자를 할 경우 투자 참여자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경험과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윤성욱 대표는 영화 '올드보이' 제작 투자사 쇼이스트, 엠벤처투자, IBK기업은행, 와디즈를 거쳐 펀더풀을 창업했다. 문화 콘텐츠 투자에만 20년을 쏟았다.
"올드보이나 기생충 등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거의 20개 가까운 회사들이 참여해 사모 방식으로 공동 투자를 한다.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상에서도 하나의 채널을 활용해 콘텐츠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펀더풀의 콘셉트이자 사업의 시작이었다."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시장 반응이 즉각적이며,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기호도 빠르게 변한다. 상품 주기도 짧은 편이다. 윤 대표는 콘텐츠 검토 기준으로 '자금의 흐름'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콘텐츠의 재미가 있냐 없냐를 따지는 것은 주관성이 너무 강하다. 제작사의 능력이나 크리에이터들의 이력, 최근 선호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경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해당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끝까지 이끌어가는 회사들이 자금을 얼마나 투자하고, 유의미한 실적을 일으켰냐도 중요한 포인트다."
지난 20일 금융당국은 음원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에 대해 증권성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조각투자 시장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된 셈이다. 조각투자 시장은 크게 온라인소액공모(자본시장)와 통신판매중개(상거래시장)로 나뉜다. 펀더풀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을 적용받는다.
온라인소액공모제도는 지난 2016년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며 도입됐다. 일반 중소기업들의 소액 공모 시장을 활성화하고, 프로젝트성 사업이나 초기 창업 기업들이 온라인상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 위해서다.
"온라인소액공모제도가 법에 규정돼 있으나,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는 절차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자본시장법상 증권 중 하나인) 투자계약 증권의 코드가 한국거래소에서 발급이 되지만,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관리하는 증권 발행 정보 입력 시스템인 이세이프(e-safe)에 시스템상 입력이 막혀 있다. 그래서 실무상 활용되고 있지 않은 게 문제인데,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뮤직카우를) 투자계약 증권으로 판단한 것은 결국 투자계약 증권을 어떻게 발행하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개념이 논의되고 있는 건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내 자본시장이 새로운 조달 환경에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저희도 실무적으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펀더풀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 보호 관련 법적 제도를 따르고 있다. 회원들의 투자금은 신한은행에 예치돼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된다. 또 매월, 분기마다 금융위 및 금융투자협회에 운영 현황을 보고해 관리·감독을 받는다. 사내 변호사 보유, 자본금 5억원 이상 등 금융회사로서 갖춰야 하는 조건도 모두 충족한 상태다.
"펀더풀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서 구조 자체가 투자자 보호 제도를 갖추고 있다. 권리 소유 주체와 상품 발행 주체가 프로젝트 제작사로 동일하며, 통신판매업자와 다르게 합법적인 증권거래 중개가 가능하다."
펀더풀은 오는 3분기부터 기존 투자하기를 '공모'와 '사모'로 나눠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콘텐츠 투자는 기회가 있는 시장이지만, 반대로 리스크도 항상 동반된다. 프로젝트가 실패할 확률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저희의 고민이다. 공모 상품은 원금손실이 적은 형태다. 예를 들어 한옥 스테이 상품 투자 시 숙박권 제공 등 다양한 혜택과 결부돼 재미있게 투자에 참여하고, 투자를 진행하는 팀은 이분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마케팅 활동들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 한다. 사모 상품의 경우 최소 투자금액 3000만원부터 10~20명 단위로 모집하는 형태다. 국내 콘텐츠 투자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한국이 갖고 있는 많은 자산 중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사업화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그런 영역들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마케팅이 결합돼 있는 모델로 키우고 싶다. 이걸 자본시장 내에서 풀어보는 게 저희의 방향성이다."
<윤성욱 펀더풀 대표이사 약력>
△한양대 경영학과 졸업
△前 쇼이스트 한국영화팀
△前 한화 문화콘텐츠 사업팀
△前 엠벤처투자 CT본부 팀장
△前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과장
△前 와디즈 투자사업실 CBO
△現 펀더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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