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고수익 선박이자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진 액화천연가스(LNG)선 위주의 수주를 이어가고 있으며 벌써 올해 수주 목표의 50%를 확보하는 등 실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선박 건조 비용 부담과 올 하반기부터 복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력난 등 해결해야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5일 1조 8000억원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양사 모두 수주 릴레이를 이어가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목표 대비 47%, 대우조선은 51.8%의 수주 달성율을 기록했다.
우선 한국조선해양은 라이베리아 및 중동 선사와 7900TEU급 컨테이너선 6척과 차량 7500대를 운송할 수 있는 자동차운반선(PCTC)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이 선박들에는 LNG 이중연료 추진 엔진이 탑재돼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길이 272m, 너비 42.8m, 높이 24.8m 규모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돼 2025년 상반기에 선주사에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자동차운반선은 길이 200m, 너비 38m, 높이 37m 규모로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해 2025년 상반기 중 인도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오세아니아지역 선주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5263억원에 수주했다. 이 선박들은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2026년 하반기까지 선주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에 수주한 LNG운반선은 17만4000㎥급 대형 LNG운반선으로 저압 이중연료추진엔진(ME-GA)과 재액화설비가 탑재돼 대기 오염물질의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이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수주한 선박 18척은 모두 이중연료추진선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LNG운반선 12척, 컨테이너선 6척, 해양플랜트 1기, 창정비 1척 등 총 20척/기 약 46.1억 달러를 수주해 목표인 89억 달러 대비 약 51.8%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2억달러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날 실적이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업계 '빅3' 중 가장 더디게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현재 23%를 채운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컨테이너선 9척, LNG 운반선 9척 등 총 13척, 20억 달러를 수주, 올해 목표치 88억 달러의 23%를 달성했다. 다만 전년 동기 총 39억, 49억달러를 수주한 것보다는 다소 위축된 실적이다.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성과를 기록하고 있지만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후판가격 인상과 수주 절벽이후 현장을 떠난 인력난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인 연초보다 급등하면서 철강업계가 후판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완성차에 들어가는 강판 납품 가격은 톤당 15만원을 인상하는 선에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현재 철강사와 조선사간 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철강사는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조선업계는 지난해 상·하반기 연속 가격을 높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상은 곤란하다고 맞서고 있다. 예년 기준으로 협상은 3월말~4월초엔 마무리됐지만 올해는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줄다리기가 길어지고 있는 것은 후판가격의 경우 수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조선용 후판이 원가의 20%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가격 인상에 부담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상·하반기에 후판 가격이 각각 톤당 10만원, 40만원가량 오르면서 2020년말 60만원 정도였던 후판 가격은 현재 110만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말까지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할경우 선박 생산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조선 인력 현황과 양성'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2014년 20만3000명에서 지난해 말 9만2000명으로 50% 이상 급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수주한 선박이 본격적으로 착공되는 올해 상반기부터는 현장의 생산 인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9월에는 약 9500명의 생산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특히 협력업체들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배 1척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대형 조선사와 협력사의 협력을 통해 완성된다. 블록 제조를 맡아온 협력사들이 인력난 문제로 제때 물량을 생산하지 못할 경우 조선사들도 수주 기한을 맞추기 힘들게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수주절벽을 지나 지난해부터 수주 랠리를 이어오면서 2~3년치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며 "현장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후판가격 인상과 인력난은 큰 부담이다. 이 관계자는 "수주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사에 큰 부담이다"며 "인력난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 큰 문제로 급부상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규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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