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 '둔촌주공' 공사 중단
공사비 증액 문제 두고 시공단과 조합 갈등 극심
승자 없는 싸움…양측 모두 막대한 피해 입을 듯
소송 불사 방침…공사 중단 사태 장기화 우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시공사업단과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지난 15일 오전 11시께 찾은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은 적막감만 감돌았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바삐 움직이던 타워크레인은 멈췄고, 굴삭기와 트럭들은 모두 철수한 상태였다. 공사장 펜스와 짓다만 아파트 외벽에는 시공단이 건 '유치권 행사'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시끌벅적한 공사 소음 대신 현장을 채우는 건 공사 중단에 항의하는 인부들의 목소리였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으로 구성된 시공단은 이날 0시를 기점으로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다. 골조공사가 진행되는 등 공정률이 52%에 달하는 상황에서 현장이 멈춰선 것. 둔촌주공 재건축은 5930가구를 철거해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완공되면 단일 단지로선 국내 최대 규모가 된다.
◆문제의 발단…공사비 증액 계약
문제의 발단은 공사비 증액 계약이다. 둔촌주공 전 조합장은 자재 고급화와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2019년 12월 조합원 임시총회를 거쳐 이듬해 6월 공사비 증액 계약을 맺었다. 공사비를 2조6708억원에서 3조2293억원으로 6244억원 늘리기로 한 것.
하지만 계약을 맺은 지 2개월 만에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공사비 증액 계약을 주도한 조합장이 해임됐기 때문이다. 이후 새로 출범한 현 집행부는 법적·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증액 계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사비 증액 계약의 근간이 되는 2019년 12월 7일 관리처분총회에서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계약서에 연대 보증인의 개인 서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조합은 16일 열린 총회에서 2019년 12월 임시총회에서 가결한 '공사계약 변경의 건'을 취소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공사 중단 기간이 10일 이상 지속되면 계약 해지까지 추진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밝혔다.
시공단은 조합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증액 검증은 총회 전 신청했고, 법적 의무사항도 아니라는 것. 계약서 연대보증에 대해선 연대보증 자체가 착공 전 조합 해산 등 리스크가 클 때 받는 것이어서 이미 착공이 들어간 2020년 계약 당시에는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시공단 관계자는 "정상적 방법으로 공사도급변경계약을 체결했지만 조합은 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며 "시공단도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승자 없는 싸움…막대한 피해 예상
양측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조합이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이주비 대출 규모는 1조2800억원이다. 여기에 사업비 대출액 7000억원을 더하면 2조원가량 빚을 진 셈이다. 이주비와 사업비는 각각 7월, 8월에 만기가 도래한다. 사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 탓에 최악의 경우 금융권이 대출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시공단이 책임져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시공단이 공사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분양 수입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시공단은 2020년 4월 분양을 해 대금을 받는다는 전제로 2020년 2월 착공했다. 하지만 분양 일정이 늦어지면서 외상공사는 물론 내야 할 이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현재까지 시공단이 투입한 공사비, 대여금 등의 비용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양측 모두 소송 불사
양측은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서로 맞서고 있다. 조합은 시공단이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과 관련해 유치권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사 지연으로 인한 지체보상금의 귀책사유를 조합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서도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시공단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계약변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단 측이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유치권 무효화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계속 생떼를 부리면 소송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시공단도 계약 해지가 현실화하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 공사비 계약 소송과 관련해서도 물러날 생각이 없는 탓에 소송전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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