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대내외 변수 속에 구원투수로 꼽아
대규모 R&D 투자, 공동 연구 적극 추진
화학업계가 올해도 신성장 사업으로 '바이오' 전략을 구상하며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 기조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대외적 상황이 반영돼 바이오 사업에 올해는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특히 대외적 상황도 화학업계의 바이오 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유 가격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수요 회복이 쉽지 않고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례로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했다. 이럴 때일수록 연구개발 역량을 늘려 미래 산업의 동력을 찾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백신 사업과 성장호르몬 사업을 2000억원대로 성장시켰다. LG화학은 당뇨, 성장호르몬, 백신 사업 등이 전년 매출 7600억원 중 40% 이상을 차지했다. 그중 LG화학의 당뇨치료제 제미글로 시리즈는 2012년 출시돼 국내 신약 개발의 한 획을 긋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2003년부터 9년 동안의 연구 개발 끝에 나온 신약은 지금은 국내 DPP4 억제제 시장에서 점유율 22%를 기록하며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예전 LG생명과학이 2017년부터 LG화학으로 흡수 합병된 뒤 현재는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가 기존의 LG생명과학의 사업을 담당하며 신약 개발은 물론 글로벌 파이프라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화학은 제미글로 기반의 복합제를 추가로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백신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고 합병 이후에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항암과 대사질환과 관련한 R&D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다른 사업처럼 공장을 짓는 등의 시설 투자 보다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서 신약 라인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생명과학이 합병되기 전에는 10여개 정도 신약 파이프라인을 운영했다면, 지금은 40여개까지 확보한 상태다. 이는 5년여 만에 4배나 증가한 수치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LG화학 측은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와 임상개발 진척을 통해 글로벌 신약을 지속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며 시장이 큰 미국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임상개발을 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진행하는 중이다. LG화학은 올해 통풍 신약 파이프라인과 관련해 미국에서 임상 3상을 본격 돌입할 계획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2027년 이후에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성장동력으로 글로벌 신약 사업을 꼽으며 R&D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LG화학은 80년대부터 시작한 바이오 연구 경험이 다른 화학업계와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SK케미칼도 주주총회에서 합성의약품 중심 제약 사업을 '바이오'로 고도화하고 재편한다. 바이오 분야는 현재 SK케미칼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는 근골격계, 신경계 등 전문의약품 사업을 고도화하고 AI와 오픈이노베이션 등 파트너십을 통해 바이오 영역 전반으로 사업 폭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SK케미칼은 2025년 매출 목표 4조원 가운데 1조원을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거두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워 바이오 사업 확장에 의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기존 AI 신약 탐색 플랫폼 업체들과 잇따라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개방형 협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양자역학 기술 기반 AI 신약 개발 업체' 인세리브로와 신약 공동 연구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인세리브로는 양자역학 기반 분자 모델링 기술과 AI 플랫폼을 바탕으로 특정 질환에 대한 신약 선도물질 및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다. SK케미칼은 이 물질의 초기 약효평가, 비임상 시험, 임상 시험 등 검증 전반과 인허가 및 생산을 담당한다. 이 외에도 디어젠, 닥터노아, 스탠다임, 심플렉스 등과도 협력을 맺은 상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AI는 신약 개발을 위한 약물탐색 단계에 큰 도움이 된다"며 "시행착오를 줄여 개발 시간도 단축하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작 단계이기는 하지만, 올해 초 '닥터노아'와 함께 협업해 후보물질을 발굴하기도 했고 이미 특허출원을 마쳤다"고 덧붙였다. 이는 평소 새로운 세포물질을 발굴하는데 짧아도 2~3년 걸리던 일을 AI 기술 도입으로 1년 정도 단축한 사례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업계의 바이오 연구 투자가 아무리 잘 준비해도 결과를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특성이 있다"면서도 "리스크가 크지만 신약 개발 성공 시 획득하는 부가가치가 엄청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신성장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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