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질약정은 질권설정자가 채무변제기 전의 계약으로, 질권자에게 채무변제에 갈음해 질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거나 법률에 정한 방법에 의하지 않고 질물을 처분할 것을 약정하는 것이다. 민법 제339조는 위 유질약정을 금지하고 있다. 민법은 경제적으로 궁박한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소액의 채권담보를 위해 고가의 동산에 유질권을 설정하였다가 질권자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그 질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면 질권자는 폭리를 얻고 채무자는 희생당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유질약정을 금지하고 있다.
상법 제59조는 상행위로 인해 생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한 질권에는 유질약정금지에 관한 민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거래의 당사자는 서로 평등한 경제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고, 상인은 경제적 지위를 가진 자이므로, 법이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후견적 역할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채권자의 질권실행을 용이하게 하여 상인이 쉽게 금융의 편의를 얻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상행위로 인해 생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한 질권의 경우 유질계약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상사질권설정계약이 당연히 유질계약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유질계약에 관해 별도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 성립돼야 한다.
한편, 상법은 상사질권설정계약의 유질약정을 허용하지만 질권의 실행 방법이나 절차에 관해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질약정이 포함된 질권설정계약이 체결된 경우 질권의 실행 방법이나 절차는 원칙적으로 질권설정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야 한다. 질물인 비상장주식의 가격이나 그 산정방식에 관하여 질권설정계약에서 정한 바 없고, 객관적으로 형성된 시장가격이 없거나 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어떻게 될까?
채권자가 유질약정을 근거로 처분정산의 방법으로 질권을 실행할 때 일반적으로 허용된 여러 비상장주식 가격 산정방식 중 하나를 채택하여 그에 따라 처분가액을 산정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와 처분 상대방 사이에서 채권자의 처분행위 자체가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설령 나중에 그 가격이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었다고 인정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유질약정의 내용에 따라 피담보채무의 소멸 범위나 초과액의 반환 여부, 손해배상 등이 문제될 여지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채권자가 유질약정이 포함된 근질권설정계약에 따라 질권을 실행할 의사로 질물인 비상장주식을 원고에게 처분하면서 위 주식의 가격을 일반적으로 비상장주식의 가격 평가방식으로 인정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0원으로 산정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의 이 사건 질권 실행 자체를 무효라고 다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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