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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아이스크림 할인점, 편의점과 다를 게 뭘까?

2017년 이후 급성장해 프랜차이즈화
가맹본부 50곳, 전국 점포 5000곳 이상 추산
편의점 자율 규약에 해당 안 되면서
마주보고 생기는 일도 빈번
'치킨게임' 시작 됐다는 우려 쏟아져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아이스크림만을 시중가의 반값에 팔며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에는 과자, 생활잡화, 주류까지 판매하며 '무인 편의점'에 가까워졌다. 지난 여름 서울 시내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고객이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모습. /뉴시스

동네 곳곳에 들어선 아이스크림 할인점, 편의점과 슈퍼마켓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며 새로운 유통채널로 떠오르고 있지만 마구잡이식 난립으로 '치킨게임'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현재 아이스크림 할인점 프랜차이즈 본부의 수는 약 46곳으로 나타났다. 일부 가맹본부는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가맹본부의 수는 60곳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심지어 가맹본부 가입 없이 개인 창업도 가능해 실제 점포 수는 5000개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2006년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성업하며 동네마다 들어선 시점은 2017년 전후다. 편의점과 슈파마켓에서 바 아이스크림이 일반적으로 700원, 콘 아이스크림이 1500원인 데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각각 400원과 800원 정도의 금액으로 판매 중이다.

 

저렴한 가격은 우리나라 아이스크림 시장이 사실상 제조사가 아닌 판매자가 가격을 정하는 '오픈프라이스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빙과업체 본사 영업점과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가맹본부가 각 빙과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중간 마진을 없애면서 마진을 남기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빙과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이미 대기업 빙과 매출의 25%를 담당하는 수준이다.

 

첫 등장 당시 아이스크림 사업점은 골목 상권 위협, 시장 교란 등의 논란을 겪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처음으로 연 가맹본부 A업체를 두고 가맹점이 들어서는 지역의 슈퍼마켓 등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국민권익고충처리회 등에 신고하며 반발했다.

 

그러나 2017년경 다시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등장했을 때 시장은 이미 대기업 유통체인 편의점이 골목 상권을 차지한 상태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경쟁력이 낮거나 다른 차원으로 이해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편의점을 마주보고도 개점하는 등 우후죽순 생겨났다.

 

문제는 2006년 당시 제기 된 골목 상권 위협 문제가 시장 성장에 따라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는 데 있다.

 

순식간에 가맹점이 늘어난 것은 '저자본 저비용 고수익' 때문이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실제 창업 비용은 2500만원에서 30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 판매 불가 상품을 아예 들여놓지 않는 방법으로 완전 무인점포로 운영하면서 상품 진열까지 재고를 채우러 오는 빙과업체 직원을 통해 해결한다. 이 때문에 2019년 2200개였던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2020년 4000개를 넘었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아이스크림을 넘어 과자·수입과자, 밀키트, 생활 편의상품을 함께 판매하고 하이브리드로 운영하거나 아예 유인(有人) 운영을 통해 주류까지 판다. PB상품 개발에 나서는 기업까지 등장하면서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사실상 편의점과 다르지 않게 됐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에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대부분 '편의점' 업종으로 등록돼 있다.

 

편의점업계는 지난 2019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담배소매인 지정거리와 같은 50~100m 내 신규 출점을 막는 자율규약을 만들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슈퍼마켓과 편의점, 잡화점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위치로 편의점 자율규약을 피했다. 실제로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편의점 B와 아이스크림 할인점 C의 인도 기준 거리는 87m, 직선거리 48m에 불과하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두고 관련 업계는 '치킨게임'이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한 예비창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일반적으로 아이스크림 할인점 운영에 들어가는 임대료와 재고 구입 비용, 부수적인 관리 비용 등을 모두 계산한다면 시간당 10명 이상의 사람이 각 6000원 이상 지출해야 월 200만원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데, 45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누가 20개씩 구입하느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도 아이스크림 할인점 성장에 점주들의 불만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자율규약으로 더 이상 못 늘리는 상황에서 이를 피해 계속 생겨나다 보니 점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최근 편의점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척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아직 잃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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