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설계는 어렵지 않다. 종이 한 장, 펜 한 자루 그리고 도장만으로도 가능하다. 준비된 종이에 당신이 가진 자산과 소중한 물건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를 적어내려 가기만 하면 된다. 단지, 몇 가지 주의사항만 명심하자. 매우 중요하니 꼭 기억해야 한다. 우선, 당신의 유언장은 반드시 당신이 직접 써야한다. 그리고 연월일, 주소, 성명까지 쓴 다음 도장을 찍어야 한다.
자, 이제 유언장을 잘 썼는지 확인해보자. 혹시 평소 습관대로 도장을 찍는 대신 사인을 하지는 않았는가? 아니면 당신의 아파트가 '몇 호'인지를 빼먹지는 않았는가? 너무 몰아세우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앞서 말한 두 가지 중 어느 것이라도 실수하면 그 유언장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유언장의 필체가 당신의 것과 동일하고, 당신이 평소 해오던 말과 일치하며, 임종 직전에도 유사한 취지로 말했다고 하더라도, 유언장은 효력이 없다. 우리 대법원은 "형식적 엄격주의"를 따르고 있어, 유언자의 진의가 확인되더라도 유언장의 요건이 결여되면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사례 모두 실제로 유언의 효력이 부인된 사례다. 유언으로 12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받기로 했던 학교는 결국 그 기부금을 받지 못했다.
유언장을 다 썼다면 이제 잘 보관해야 한다. 당신이 가진 전 재산을 평소 가장 아끼던 셋째에게만 주고 나머지 자녀들에게는 재산을 주지 않는 내용으로 유언장을 작성했다면, 첫째와 둘째에게 그 유언장을 들키지 말길 바란다. 유언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첫째와 둘째가 계속해서 유언장을 새로 써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깊숙한 곳에 숨겨서도 안된다. 당신이 먼 곳으로 간 후에, 당신이 오랜시간 고민하고 공들여 작성한 유언장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 유언은 세상에 알려질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언자가 사망한 후에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이 발견되면, 법원의 검인 절차를 거쳐서 그 효력을 확인 받고 이를 집행하게 된다.
유언장에 어떤 내용을 적었는가. 유언은 법에서 정한 내용을 유언사항으로 남겼을 때에만 법적인 효력이 인정된다. 민법은 재단법인의 설립을 위한 재산출연, 친생부인, 후견인의 지정, 미성년자 후견감독인의 지정, 상속재산분할방법의 지정 또는 위탁, 상속재산의 분할금지, 유증, 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위탁 등을 유언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법에서 가능하다고 정해둔 유언사항이 아닌 내용을 유언장에 쓴다면, 그 내용은 법적인 효력이 없는 유훈에 불과하다. 예컨대, 당신의 전 재산을 상속받은 자녀가 사망했을 때 그 재산이 자녀의 배우자가 아닌 손자녀에게만 상속되도록 정했다면, 이는 우리 법이 정하고 있는 유언사항이 아니므로 법적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혹시 당신이 공들인 유언장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까 걱정되는가, 당신이 먼 곳으로 간 이후 유언장이 발견되지 않고 사라질까 걱정되는가 아니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미래를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싶은가. 예컨대 결혼을 앞둔 첫째에게는 결혼할 때 혼수를 마련할 얼마의 돈을, 해외 여행을 좋아하는 둘째에게는 매년 여행갈 때 필요한 자금을, 아직 미성년자인 셋째에게는 매달 용돈을 주다가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주는 계획을 세우고 싶지는 않은가.
이 모든 것을 한번에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유언대용신탁이다. 다만, 지금부터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수동적인 상속설계를 능동적인 것으로 가능하게 한다. 먼 곳에서도 마치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당신이 떠난 후의 가족들의 삶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해주는 상속설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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