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특별공급으로 아파트가 당첨된 A씨는 며칠째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아파트가 비조정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바뀌면서 서민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보금자리론이 분양가 기준이 아닌 감정가 기준으로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기과열지구에 당첨된) 서민 실소유자는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특별공급으로 서민만 당첨되도록 해놓고 대출은 안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국회가 정책 모기지를 공급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출자규모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금융위는 정책모기지 상품의 한도가 확대되면서 대출수요 또한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회는 이미 수요가 줄어 들고 있기 때문에 규모는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민들은 수요가 여전한데도 대출문턱이 높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 주택금융공사 자본금을 올해보다 20% 증가한 600억원으로 편성했다. 주금공 출자자금으로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적격대출 등 정책모기지상품 공급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도다.
◆국회 "정책모기지 수요감소…주금공 예산 축소해야"
금융위가 자본금을 확대한 이유는 지난 7월 40년 만기 초장기 정책모기지 등 신상품이 출시됐고, 가구당 대출 한도가 3억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증가하면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금리 인상에 따른 주금공의 자본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국회 입장은 다르다. 국회는 올해 정책모기지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용준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무위원은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37조원의 공급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며 "현실적인 목표의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별 정책모기지 공급실적을 보면 올해 4월까지는 월별 3조~4조원의 공급이 이뤄졌지만 5월 이후부터는 월별 공급액이 2조~2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지금처럼 금리인상이 계속되면 정책모기지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모기지, 받고 싶어도 못 받아"
이에 대해 서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정책모기지 공급이 감소한 이유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규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하반기부터 일반 대출부터 정책모기지 대출까지 공급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수요가 여전한 데도 인위적으로 공급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연말 경기 광주시, 부산 연제구 등 신규아파트에서는 보금자리론으로 집단대출을 취급해 줄 협약은행을 구하지 못해 가격이 되는데도 보금자리론으로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의 한 입주 예정자는 "주금공에 문의하면 개인이 협약 은행 지점을 알아 오면 된다고 안내하고, 은행들은 총량 규제 때문에 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며 "정책금융 혜택을 받을 자격이 되는데도 내줄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대출기준으로 수요가 줄어 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금자리론은 소득이 연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6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단, 보금자리론은 투기과열지구일 경우 대출기준 가격을 '분양가'가 아닌 '감정평가액'으로 설정한다. 분양가가 6억원 미만이었더라도 감정평가액이 6억원을 초과할 경우 이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주담대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기금대출완화'가 필요하다는 게시글을 작성한 청원인은 "특별공급으로 서민만 당첨되도록 뽑아 놓고, 부동산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보금자리론)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은행에서도 규제가 강화돼 고금리 대출을 선착순으로 받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상품이지만 은행입장에서는 보금자리론을 가계대출 실적으로 몇 개월씩 끌어 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며 "정책모기지 취급액 만큼 가계부채 총량을 늘려주거나 기준을 완화하는 등 고금리 대출로 넘어가지 않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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