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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유산균 발효 기술' 활용 푸드테크 기업 꿈, 조선현방 안지선 대표

코로나19에 운영하던 고기집 문닫고 일식 도시락 브랜드 '쿠벤' 인수

 

한식보다 차별화…오피스 밀집지역 공략, 배달앱 의존도 낮아 '장점'

 

"사흘간 교육으로 충분, 점주는 조리법 몰라도 '조립'만 하면 돼 간편"

 

유산균 활용한 발효육 제조·판매도 시작…"구독경제 모델 접목 계획"

 

안지선 조선현방 대표가 서울 역삼동에 있는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승호 기자

입으로 들어가면 장까지 오롯이 살아간다는 유산균을 활용해 외식 프랜차이즈와 발효 가공육 시장에 뛰어들어 승부수를 던진 여성 기업인이 있다.

 

일식 도시락 전문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던 시절 겁없이 시작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고기집을 문닫게 한 것이 코로나19였다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뭐라도 해 볼 수 있게 만든 것이 또한 코로나였다.

 

건강한 먹거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푸드테크를 통해 푸드 큐레이터를 꿈꾸고 있는 조선현방 안지선 대표(사진)가 바로 그다.

 

"장사가 제법 되던 고기집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남편도 가게에 '올인'해 자칫 생계가 위험해질 위기에 처했다. 이러다간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더 늦기전에 뭐라도 해야만했다. 마침 도시락 프랜차이즈 본사가 매물로 나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꽤 많이 접해봤고 인상적인 맛이어서 과감하게 브랜드를 인수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주변에선 (무모한 일이라며)다 말렸다."

 

안 대표가 남편과 모든 정성을 쏟아부으며 운영하던 고기집은 코로나19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접었다.

 

그런데 기분은 오히려 홀가분했다. 새로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벅차올랐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안 대표는 일식 수제도시락 브랜드 쿠벤을 시작했다.

 

"한식 기반의 도시락은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아 경쟁이 심하다. 일식 도시락은 다르다. 단가가 한식보다 높아 식자재를 고급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에 비해 색다른 맛을 선사하다보니 입으로 전하는 구전효과도 커 재구매율이 60% 정도에 달할 정도다."

 

소고기, 장어, 전복, 문어, 연어 등을 주재료로하는 쿠벤의 일식 도시락은 8500원부터 9만5000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이 가운데 제일 많이 팔리는 것이 소고기 스테이크를 활용한 규프레젠또나 연어를 주재료로 한 연어프레젠또와 같은 2만원대 도시락이다.

 

이 가격대가 가장 잘 팔리는 이유는 회사 등에서 세미나나 점심회식 등을 할 때 일식 도시락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적지 않는 고객들이 회사돈으로 먹는다고해서 쿠벤 도시락은 '법인카드 도시락'으로 불리기도 한다.

 

안지선 조선현방 대표. /사진=김승호 기자

안 대표가 말하는 쿠벤의 장점은 여러가지다.

 

그는 "프랜차이즈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때문에 배달 플랫폼 의존도가 높고 이때문에 관련 비용도 많이 들지만 쿠벤은 다르다. 도시락 1개를 시키는 고객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3~10개 정도씩 주문하기 때문에 개당 운반단가가 싸다. 수십개를 한꺼번에 주문할 땐 점주가 직접 차로 배달해주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때문에 쿠벤은 배달앱서 소위 '깃발꽂기'를 할 필요가 없다. 주로 오피스 밀집지역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토·일은 점주가 가게문을 닫고 쉴 수도 있다. 소상공인에게 '휴식'은 달콤하다. 저녁이 있는 삶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시간이 허락되면 직접 전단지를 돌리며 추가 매출을 올릴 수도 있다.

 

"쿠벤 도시락은 본사에서 사흘간의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 조리법을 몰라도 (본사에서 제공하는 밀키트를 이용해) 도시락을 '조립'만 하면 된다. 임대료 포함해 5000만원의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프랜차이즈 본사처럼 소비자가 찾지도 않는 제품을 트렌드에 맞는다며 과장해 점주들을 모집, 무리하게 확장해 나갈 생각도 없다는게 안 대표의 신념이다.

 

조선현방이 운영하고 있는 쿠벤 도시락 가맹점은 현재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15곳이 있다. 최근엔 서울 논현동에 추가로 문을 열었다. 올해 말까지 30개 정도가 목표다.

 

안 대표는 쿠벤 프랜차이즈 사업과 별도로 유산균을 활용한 발효 가공육 제조·판매에도 뛰어들었다. 쿠벤의 도시락 메뉴 곳곳에도 유산균 발효기술을 접목했다. 직접 고기집을 운영하면서 유산균을 활용해 발효한 돼지고기, 소고기로 손님들 입맛을 사로잡았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면서다.

 

안 대표는 "걸어서 장까지 간다는 유산균으로 발효한 고기는 감칠맛이 좋고 소화도 잘 된다. 유산균이 고기의 지방을 분해해주기 때문에 몸에도 좋다. (유산균 발효육은)굽고난 뒤 식은 상태에서도 고기의 맛과 풍미를 그대로 유지해준다"고 설명했다.

 

'이베리코 꽃살 갈비양념구이'가 대표 상품이다. 유산균은 고기 뿐만 아니라 국수 등 밀가루 반죽에 활용해도 같은 효과를 낸다. 글루텐이 없어 글루텐 때문에 관련 음식을 꺼려하는 이들에게도 제격이다. '유산균 발효 칼국수' 개발도 끝냈다.

 

"몸에 좋은 유산균은 이제 음식에 양보해야한다(웃음). 그래서 유산균을 이용한 제조방법도 특허를 냈다." 안 대표가 활짝 웃었다.

 

그래서 조선현방은 '유산균 발효 주방'이다.

 

'현방(懸房)'은 조선시대 성균관 노비들이 경영하던 정육점 이름이다.

 

안 대표의 조선현방이 유산균을 이용한 '현대식 정육점'으로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나선 것이다. 여기엔 방송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신효섭 셰프도 힘을 보태고 있다. 조선현방의 유산균 발효 양념육은 온라인몰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안 대표는 음악과 음식의 콜라보도 계획하고 있다. 알고보니 그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미국 유학까지 갔다온 피아니스트 출신이다. 음식과 음악은 또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여서 마침 잊고 있었던 재능까지 마음껏 발휘해볼 참이다.

 

안 대표는 "조선현방의 다양한 먹거리를 찾는 고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건강'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향후엔 회사 비즈니스를 구독경제 모델로까지 발전시켜 고객들이 올바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쿠벤 외에도 계획하고 있는 '분식닷컴' 등 프랜차이즈 추가 사업을 통해선 초고령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제 2인생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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