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약세에도 '빚투(빚내서 투자)'가 사상 최초로 25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빚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955억원이다. 이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코스피 시장 13조7034억원, 코스닥 시장 11조3921억원 규모다. 올해 초 19조원대를 기록하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반년 새 6조원 가량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란 개인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을 말한다. 통상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특이 현상이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상승 마감했지만 지난 5일부터 17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 6월 3316포인트로 장중 전고점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이후 외국인의 반도체주 매도로 3200선이 무너진 상태다. 하지만 최근 증시 약세에도 불구하고 '빚투' 규모는 늘고 있다.
빚투가 늘어나자 반대매매 공포도 커지고 있다. 반대매매는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했지만 주가가 하락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강제로 매도되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사는 상환기한 안에 돈을 갚지 못하면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한다.
지난 13일 위탁매매 미수금은 3903억2600만원,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체결 금액은 336억6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하루 만에 반대매매 체결 금액이 100억원 넘게 늘어났다.
특히 개미들의 신용거래융자는 외국인이 팔아치운 반도체 종목을 사들이는데 사용됐다.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을 집중 매도하는 상황에서 저점 매수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수와 주요 종목의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한주(8월 9~13일) 코스피 시장에서 신용융자잔고가 가장 크게 늘어난 종목은 SK하이닉스로 851억원이 늘었다. 이어 ▲삼성전자 594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 479억원 등의 순이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에코프로비엠 144억원 ▲에스에이엠티 111억원 ▲네오위즈 107억원 등이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큰 폭으로 늘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20% 중반의 시가총액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 논란은 현재 진행형으로, 거시경제에 대한 불확실성도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할 경우 외국인의 반도체 중심 순매도가 추가 진행되면서 당분간 증시는 정체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 종목에 대한 추격 매수보다 추세반전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빚투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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