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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94) 터키와 우정을 상징하는 녹지 쉼터, 서울 영등포구 '자매공원(앙카라공원)'

지난 9일 한 시민이 자매공원(앙카라공원)에서 산책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추운 겨울이 되면, 사람들은 몸의 열 손실을 막기 위해 '앙고라' 소재의 니트를 입곤 한다. 앙고라는 터키의 수도 '앙카라'의 옛 이름이다. 서울 여의도 남서쪽에는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의 이름을 딴 공원이 있다. 도시명은 기원전 2000년경 이 지역에 생긴 히타이트인의 신전 '안쿠와스'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있고, 기원전 10세기경 이곳에서 닻이 발견됨에 따라 그리스어로 닻을 의미하는 '앙퀴라'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터키의 수도명은 '앙키라', '앙고라', '앙기라' 등으로 불리다가 1923년 앙카라로 바뀌었다.

 

◆서울에 앙카라공원이 생긴 까닭은?

 

9일 오후 어르신들이 자매공원(앙카라공원)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시는 1971년 8월 23일 터키 앙카라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기술·경제·행정·문화 등의 분야에 걸친 교류를 갖기로 약속했다. 양 도시의 자매결연 협정에 따라 앙카라시는 터키에 '코리아 코너'라는 한국 공원을 만들고 이곳에 한국전쟁 때 전사한 터키 장병들의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했다. 터키는 6·25 때 일 년 주기로 5400명(보병 여단1)의 군인을 교대 파병, 3506명의 사상자 중 741명의 전사자를 기록한 우방국이다. 서울시는 한국 공원 조성에 7000달러를 보태고, 터키 공원 설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달 9일 오후 한 시민이 자매공원(앙카라공원)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약 2년 뒤인 1973년 10월 29일 터키 앙카라시에 한국 공원이 개원했다. 3000평 규모의 공원엔 6·25참전 기념탑을 비롯해 녹지대 등이 만들어졌다. 이후 서울시는 1977년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1만6458㎡ 크기의 앙카라공원(자매공원)을 조성했다. 당시 시는 자매결연 도시를 상징하는 공원을 하나씩 만들기로 결정했는데 앙카라 공원이 그 첫 사례였다고 한다.

 

지난 9일 오후 앙카라공원(자매공원)을 찾았다. 지하철 9호선 샛강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두 명의 여인이 하늘을 향해 한쪽 손을 높이 뻗고 있는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이날 공원 입구에서 조각상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던 대학생 심모(23) 씨는 "작품명(환희)만 보면 조각들이 환희에 찬 얼굴로 방실방실 웃고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가까이서 관찰하면 둘 다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서 "각각 책과 두루마기 문서를 들고 있는데 '지혜를 깨우치게 돼 환희를 느끼게 됐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원 곳곳에 조각상들이 놓여 보는 재미가 있었다"며 "코로나로 미술관 가기 힘든 시기, 이런 야외 전시로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달 9일 자매공원(앙카라공원) 안에 조성된 '터키 전통포도원 주택'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김현정 기자

앙카라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터키의 전통 포도원 주택을 재현해 놓은 앙카라 하우스다. 서울시와 앙카라시는 상호 우호 증진을 도모하고자 1995년 앙카라공원 내에 터키 박물관 형식의 '앙카라 하우스'를 설치했다. 건물은 연면적 51평, 2층으로 규모로 세워졌다. 시는 터키 전통 포도원 주택 내부를 앙카라시가 기증한 민속 예술품으로 꾸몄다. 앙카라 하우스엔 전통 생활용품과 농기구, 16세기 오스만 튀르크 시대의 전통 의상, 여성용 수제 은거울 등이 전시됐다고 하는데 이날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공원을 가꾸는 '보이지 않는 손'

 

이달 9일 자매공원(앙카라공원)에서 인부들이 바닥 돌 틈 사이로 자라난 잡초를 뽑아내고 있다./ 김현정 기자

터키 전통 포도원 주택에 들어가지 못한 게 아쉬워 앞을 서성이다가 공원을 가꾸고 있던 사람들을 목격하게 됐다. 공원을 관리하는 인부들은 머리엔 햇빛을 차단하는 거대한 차양 모자를 쓰고 있었고, 목에는 땀을 닦는 손수건을 둘렀다. 이들은 허리에 칭칭 동여맨 작은 의자에 몸을 의지해 바닥 돌 틈 사이로 자라난 잡초들을 하나씩 직접 뽑아내고 있었다.

 

9일 오후 공원을 방문한 동네주민 김모(54) 씨는 "야행성이라 밤에만 공원에 나와 낮에 이렇게 사람들이 공원을 깨끗하게 청소해 놓는지 몰랐다"면서 "시민 의식이 높아져 공원에 쓰레기가 없어 깔끔해진 줄로만 알았는데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쓸고 닦고 한 결과였다. 노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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