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거품 논란 마지막까지 발목
증거금 5조350억 경쟁률 7.8대1
하반기 대형 공모주로 기대를 모은 크래프톤이 부진한 청약 성적표를 받았다. 기업공개(IPO) 일정 내내 시달렸던 가격 거품 논란이 결국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당분간 상장을 앞둔 기업이 이를 의식해 보수적인 관점으로 할인율을 높게 책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종 경쟁률 7.8대1, 청약증거금 5조350억
3일 크래프톤 일반 청약을 진행한 증권 3사(미래에셋·NH·삼성)에 따르면 마감 결과 증권사 3곳에 들어온 청약 증거금은 총 5조35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종 통합 경쟁률은 7.79대 1이다. 미래에셋증권이 9.50대 1을 기록했고 삼성증권(6.88대 1), NH투자증권(6.72대 1) 순이으로 경쟁률이 높았다. 청약 건수는 3개 증권사를 통틀어 총 29만6539건을 기록했다.
주관사 측은 이날 에이치케이이노엔의 청약 증거금도 환불됐던 만큼 마지막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전날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비슷한 시기 IPO를 진행한 직전 대어 카카오뱅크의 성적과 확연히 대비된다. 지난달 26~28일 청약을 진행한 카카오뱅크는 17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IPO 역사상 다섯 번째로 많은 금액인 58조3020억원을 모은 바 있다. 카카오뱅크 외에도 SKIET(1883대 1), SK바이오사이언스(1275대 1) 등 올해 대형 공모주와 비교하면 초라한 모습이다.
코스닥 기업의 청약경쟁률도 네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기 뜨거웠던 만큼 '흥행 참패'라는 얘기가 나온다.
◆높은 공모가 결국 발목 잡아
결과가 부진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지목된다. 첫 번째는 단연 기업가치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다. '비싸다'는 여론이 퍼지자 시장에서 관심이 식은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공모가 범위를 처음에 제시한 45만8000원∼55만7000원에서 10%가량 낮춘 바 있다.
소액 투자자가 도전하기에 단가가 높은 공모가도 부담 요인으로 해석된다. 크래프톤의 공모가는 49만8000원으로 청약에 필요한 최소 증거금은 249만원이다. 여러 증권사에 청약할 수 있는 '중복청약' 막차로도 주목을 받았으나 높은 가격에 '발품'을 팔기 어려웠던 만큼 무리해서 크래프톤을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NH·삼성증권 등 3곳 증권사에서 중복청약하려면 최소 747만원의 증거금이 요구됐다.
앞선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부진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도 IPO 흥행의 한 지표로 인식돼 이를 참고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개인투자자도 많아서다. 크래프톤은 지난 14~27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43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큰 몸집으로 인한 왜곡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크래프톤의 공모 규모가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4조9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만큼 단순히 청약률로만 평가하면 안된다는 분석이다.
◆단기적 주가 부진 우려도
사실상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에서 형성된 뒤 상한가) 가능성도 급격히 낮아졌다. 만일 따상에 성공할 경우 크래프톤의 시총은 30조원을 돌파하며 넥슨(21조1500억원)과 엔씨소프트(17조7600억원)을 넘어 단숨에 국내 게임 대장주로 직행한다. 주가도 130만원에 달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오히려 단기적 주가 흐름이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더 크다. 비교적 의무보유 확약에 자유로운 외국계 증권사의 공모 물량이 55%에 달하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상장일 유통가능 물량은 상장주식수 대비 33.5% 수준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IPO 주관사 인수비율이 높을수록 미확약 배정물량도 증가한다"며 "매도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 후 유통시장에서의 추가 투자 여부에도 관심이 향한다. 전문가들은 첫날 주가 흐름에 따라 신중하게 투자할 것을 권한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첫 날 거래되는 가격과 유통 물량에 따라 주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3분기 출시될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 성과에 따라 주가와 실적이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첫날 상당수준 급등한 것이 아니라면 다소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연말 신작 모멘텀을 겨냥한 트레이딩 대응 전략을 구사해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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