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앱서 타사 카드 연동…범용성 키워
빅테크 맞서 신규·추가고객 유치 기회
날로 성장하는 빅테크 업계에 대항하기 위해 카드사가 뭉쳤다. 카드업계는 연말까지 카드사 간 간편결제(앱카드)가 호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하나의 앱에 다양한 카드를 담아 쓸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은행권의 '오픈뱅킹'을 비롯해 네이버·카카오·삼성페이 등 타사 결제와 연동되는 시스템과 비슷한 개념이다. 현재는 각 카드사의 페이 결제 앱에서 자사 카드만 등록해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의 '신한 페이판' 앱에서는 KB국민카드의 연동이 불가능하며 신한카드만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카드사 간 간편결제 서비스가 마련되면 하나의 간편결제 앱에 타사의 신용·체크카드를 연동해 쓸 수 있어 범용성이 한결 높아진다.
지난 5월 카드업계가 이러한 페이 개방 시스템 구축에 합의한 이후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사 간 상호 호환 등록을 위한 연동규격 및 표준 API(응용프로그램환경) 개발 추진' 사업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오는 27일 대상 업체가 선정되면 본격적인 연동규격과 표준 API 개발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같은 카드업계의 움직임은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의 간편결제 시스템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가 비대면 거래를 가속화하면서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하루평균 이용 건수는 1455만8000건으로 전년 대비 44.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가운데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 등 전자금융업자를 통한 결제가 747만5000건으로 절반 수준을 넘겼다. 금융사를 통한 결제는 258만8000건에 그쳤다.
일평균 이용금액 역시 4492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6% 증가했는데 이 중 전자금융업자를 통한 결제가 2052억4000만원에 달했다.
소비주도층으로 떠오르는 MZ세대 역시 빅테크 및 핀테크 플랫폼에 익숙한 것으로 나타나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이달 MZ세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96.2%의 응답자가 간편결제(송금) 이용 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핀테크 플랫폼을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60.4%의 응답자가 은행 앱을, 48.6%가 신용카드 앱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카드업계는 이번 페이 개방 시스템에 합의하면서도 실제 참여는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하나의 앱에서 모든 결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고객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지주계열 카드사의 경우 앱카드에 은행, 증권 등 타 서비스를 연계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반대의 경우 그렇지 못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19일 "플랫폼의 범용성을 넓혀 보다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카드사의 경우 앱카드 내 연계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페이 개방 시스템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카드사별 페이 플랫폼이 마련돼 있지만 영향력이 매우 낮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빅테크의 입지가 공고해 이 흐름에 대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페이 개방 시스템 구축을 맡게 될 업체는 최대 3개월간 시스템을 개발해 오는 11월 말까지 호환 등록 규격과 표준 API 개발을 마친다. 이르면 오는 12월이나 내년 초 실제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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