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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일반

[법정최고금리 인하, 빛과 그림자] <상>금리 10년간 19%p↓… 불법사채↑

최고금리 인하추이/금융위원회

법정최고금리가 연 20%로 낮아지면서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생활자금을 고금리로 빌렸다가 이자부담에 허덕이는 사람을 줄이자는 의도지만 오히려 금리인하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를 내리면 대출조건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법정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낮아진다. 법정최고금리는 10년전인 2011년 39%에서 2014년 34.9%, 2016년 27.9%, 2018년 24%로 낮아졌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4년만에 약 8%포인트(p)가 낮아진 셈이다.

 

◆금리인하로 이자부담 매년 4830억원 줄어

 

정부가 최고금리는 낮추는 이유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의 이자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20%를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가 늘었다.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는 주로 연체 리스크가 높은 저소득·저신용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높아진 이들의 연체가능성을 금리인하로 낮추겠다는 포석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 말 20% 초과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는 239만명이다. 이 가운데 이자를 20%로 낮추면 약 87%인 208만명(14조2000억원)의 이자부담이 매년 4830억원씩 줄어든다. 나머지 약 13%인 31만6000명(2조원)은 대출만기가 도래하는 기간까지 약 3~4년에 걸쳐 고금리 이용이 줄어들 수 있다.

 

신용등급별 대부대출자 비중 추이/금융연구원

◆대부업, 저신용자 줄고 중신용자 늘어

 

하지만 금리인하가 반길 일 만은 아니다. 필요한 자금을 빌리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고금리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제2금융권에서 연체 리스크가 높은 저소득·저신용자를 굳이 연 20% 금리에 맞춰 대출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출심사가 강화되며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소득·저신용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5%p 낮아진 10년 동안 대부업 이용 고객은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은 감소하고, 4~6등급의 중신용자 비중은 증가했다. 저신용자 비중은 2011년 말 84%에서 2016년 말 70.7%로 감소(13.3%p)한 반면 중신용자의 비중은 2011년 말 16%에서 2016년말 29.3%로 증가(13.3%) 했다.

 

특히 신규대출자 중 저신용자의 비중은 2011년 말 67.2%에서 2016년 말 54.9%로 감소(12.2%p)했고, 중신용자의 비중은 같은 기간 31.8%에서 43.2%로 증가(11.3%p)했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업의 이용고객 변화는 차주의 신용도 변화보다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며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대부업체 등이 대부대출을 이용하고 있던 기존의 저신용자 고객을 중신용자 고객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 이후 대출만기가 도래하게 되면 저신용자의 대출재계약이 오히려 어려워져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신용자의 금융소외를 보완 할 정책서민금융 상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윤해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고금리의 하향조정은 신용위험이 높은 채무자에게 공급하는 신용대출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소외를 보완하는 형식으로 정책상품을 마련하고, 개별채무자의 신용개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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