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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K-타투의 시대]㊥ "개인의 자기결정권" VS "스티커로 하세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노총 타투 유니온 조합원들과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 류호정 의원 SNS

1992년 대법원 판결과 연이은 헌재 판결이 비의료인의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수십 년 간 타투는 음지에서 이뤄졌다.

 

현재도 몇몇 의사들이 타투 시술을 하지만 타투이스트는 자신을 의료인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새로운 외모를 선사하는 예술인으로 불리길 원한다. 타투인의 노동조합 타투유니온은 타투법제화의 과정을 '합법화'가 아닌 '일반 직업화'로 부른다.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니라 예술행위이므로 애초부터 불법이 아니었다는 것.

 

의료계는 완고하다. 의사들의 이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은 타투는 외부로부터 감염을 막아주는 피부의 1차 방어 기능을 파괴하며 비의료인의 시술로 감염, 통증, 면역 관련 질환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입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의료법 제27조와 지금까지 쌓여있는 판례는 그들의 힘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 등 문재인 정부 의료 정책과 갈등을 겪었고 이는 의사총파업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의사단체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시 내달 7일부터 제3차 전국의사 무기한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 뉴시스 

시대는 바뀌고 있다. 2030세대에서 타투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발목, 손목 등에 하는 레터링이나 조그만 타투 정도는 젊은 세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7월 26일 두잇서베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몸을 광범위하게 덮은 문신엔 부정적인 의견(72.1%)을 갖고 있었지만, 몸 일부의 새겨진 문신(71.4%), 반영구 문신(86.4%)은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문신합법화 찬반을 묻는 질문에 찬성 65%와 반대 15.7%로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편, 문신염료 제조사 더 스탠다드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타투 시술을 받은 인구는 300만명, 눈썹·입술 등 반영구 화장 시술을 받은 인구는 1000만명이다. 한국타투협회는 지난해 타투 시장 규모를 1조 2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문신 및 반영구 화장 경험. / 문신시술 실태 조사 및 안전과리 방안 마련(2019)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정책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타투 시술자는 8784명, 반영구화장 시술자는 1만 8598명이다.

 

또한 표본인구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15.3%는 타투, 30.7%는 반영구 화장을 경험했다. 59.2%는 둘 모두를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은 문신의 비율(21.2%)이 더 높았고 여성은 반영구 화장의 비율(9.8%)이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가 타투와 반영구 화장을 각각 25%, 35% 넘게 경험했다. 타투를 경험한 장소는 대부분 문신 전문숍(66.3%)였고 병·의원에서 타투를 경험한 사람은 2.7%에 그쳤다.

 

반영구화장은 13.1%가 병·의원에서 시술을 받았지만 반영구화장 전문숍이 44.3%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보였다.

 

타투의 부작용은 피부염증, 통증, 색소 변색, 흉터 순으로 나타났고 반영구화장 부작용은 피부염증, 통증, 알레르기, 색소 변색 순으로 나타났다.

 

의협의 논리대로 하자면 늘어나는 다양한 타투 수요를 충족하는 관련 의료인의 수가 늘어나야 하나,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해 의사 면허를 따겠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이런 와중 한국의 타투이스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K-타투'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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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지난 2015년 타투이스트를 시장 육성 및 확산이 필요한 신직업으로 분류했다. / 新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5년 타투이스트를 우리나라의 도입 가능한 신직업군으로 분류하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 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지난 12일 팟캐스트 '편파TV'에 나와 "5년 전부터는 '전세계 타투의 중심지는 서울이다'라고 해외 웹진들이 이야기 할 정도로 한국 타투 산업은 그 위상이 대단하다"며 "전세계에서 몸값이 제일 높은 타투이스트 100명 세워서 한국인을 빼면 50명은 나올거다.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상징적인 타투 스튜디오가 뉴욕의 뱅뱅 스튜디오인데, 코로나19 이전 올해부터 작업하기로 예약하기로 돼있던 작업자 40명 중 14명이 한국 아티스트고 그중에서 가장 비싼 작업료를 받는 아티스트도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지회장은 브래드 피트, 크리스 마틴(콜드플레이 보컬), 스티브 연, 한예슬 등 스타와 작업한 일류 타투이스트다.

 

한예슬씨가 타투이스트 도이에게 타투를 받고 있다. / 한예슬 유튜브 채널

김 지회장은 종로구 소재 자신의 타투 스튜디오에서 연예인 ㄱ씨에게 타투 시술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누군가가 그를 신고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 재판정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김 지회장에게 50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선고 재판은 오는 7월 7일에 열린다.

 

김 지회장이 속한 타투유니온은 헌법소원, 지자체 조례, 규칙 제정·입법·재판 총 4가지 방법으로 타투의 일반 직업화를 쟁취하려 한다.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봤던 일본의 판례도 지난해 9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열린 형사재판에서 "고객에게 문신을 새기는 행위는 의료행위가 아니다"라고 판결하며 판례를 변경했다. 이로써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보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김 지회장은 자신의 동료들이 타투이스트랑 불법적 지위에서 피해를 보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 연대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4월에만 타투이스트 2명이 불법 의료행위로 신고를 당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실제로 타투이스트들은 신고가 제일 두렵다. 지난 20일 류호정 의원 유튜브 채널 영상에 출연한 타투이스트 바늘은 "제일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예전에 손님 한 분이 일부러 저한테 타투를 받으시고 경찰에 신고를 해서 벌금을 물고 다 처리를 했는데도 이제 저희 작업실 주소를 경찰들한테 신고를 계속 하시면서 '너가 이제 나한테 500만원을 보내주면 더 이상 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지위가 불안정하니 타투이스트는 신용카드 발급이나 전세 대출 같은 금융 서비스에도 취약하다. 여성 타투이스트 같은 경우에는 신고를 빌미로 성추행, 성희롱, 성폭행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 류호정 의원이 발의한 '타투업법안'은 타투업을 양성화해 타투 시술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타투문화예술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것이 류 의원과 타투유니온의 입장이다.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타투스티커. 손 쉽게 구할 수 있다. / 뮤직 타이거

◆ "스티커로 하면 돼"

 

황지환 의협 의무자문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의협은 8년 넘도록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신을 국가 자격을 줘서 국민들에게 권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협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비의료행위든 아니든 문신 행위를 국가 자격을 줘서 상업적으로 권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의협의 입장에 대해 "문신을 젊었을 적에 하고 다시 지우러 오시는 분이 너무 많다. 옷 벗는 것처럼 벗겨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비용이 들고 고생을 하고 흉터가 남는다. 그 와중에 화학 물질을 오랫동안 (몸 속에)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나중에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국가 자격증을 주면 반드시 상업화로 넘어가게 돼있다"고 말했다.

 

의협이 타투업법안이 통과되면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에 단독 개원의 길을 열어줄 우려 때문에 완강히 반대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황 위원은 "해당 직종은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직종이다. 의사 분들 대신 여러 가지 물리치료나 기계 관리를 위해 필요하신 의료 기사 분들이기 때문이다. 문신은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권장할 행위는 아니다. 문신하고 물리치료와 방사선을 비교하는 건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흉터를 덮는 문신) 그런 경우에 한해서 (문신을) 하시는 의사 분들이 계신다. 의학적인 필요에 의해서 하실 수 있는데 흉터 조직이 의학적으로 굉장히 딱딱한 조직이라서 문신하기에 굉장히 어렵다. 심각한 탈모, 화상, 흉터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시대가 바뀌지 않았냐는 물음에 오히려 류호정 의원이 모범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그분도 평생 남는 문신은 싫으니까 스티커처럼 띠었다 붙여다 하는 걸 (등에) 붙였다"며 "그분하시는 방식대로 살 속에다 바늘을 넣는 방식 말고 스티커 타입으로 하면 되고 그러면 자격증이 필요없다. 지금 하시는 분들도 불법인 것 때문에 고민하지 마시고 스티커형으로 편하게 하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개인의 자기결정권"

 

법안을 발의한 류호정 의원실 측에도 문의했다.

 

류호정 의원실 측은 "두 가지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타투를 받고 그리고 그것을 설령 후회할 지라도 나중에 지우는 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안에 있는 부분이다. 국회나 사회가 그것을 예단해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음성화 영역에 둬야한다'라는 논리는 2021년의 대한민국에서 도저히 온당치 않아 보인다"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가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정당하기 때문에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타투이스트들이 정상적인 제도나 한사람의 직업인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비판했다.

 

미성년자에게도 타투할 권리를 보장한 부분에 대해 의원실 측은 "저희 당론이기도 하고 최근에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제한 개헌에 대한 내용과도 닿아있다. 미성년자가 더 이상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에 나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분들로 보고 있다.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타투가 의료행위로 규정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이야기고 그게 의료행위였다면 지금 의사자격증을 갖고 있는 분들이 업계에 많이 진출하셨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현재 일하시는 분들은 산업디자인과나 예술대학, 미대를 나오신 분들이 많고 학위가 없으신 분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을 활용해서 직업인으로 활동하는 예술의 영역으로 확대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이 의사 본인에게 모순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법안의 미래를 묻자 "정의당이라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보건복지위에 상정이 될 건데 해당 상임위에 계신 정의당 의원분이 안 계시기 때문에 법안이 얼마나 관철될지 모르겠지만 저희 최대한 이제 현업에 계신 분들 의사를 대변하기 위해 의원과 의원실 측에서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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