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국방일보는 청주에서 실시된 '민·관·군 ·경 합동 백신 수송 모의 훈련'을 보도했다. 같은날 페이스북 국방사진연구소도 관련 사진을 공개했는데 보기 드믄 진풍경이었다. 개당 4만달러(약 4500만원)에 달하는 최첨단 4안 야간투시경 GPNVG-18을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등장한 M1헬멧에 본뜬 국산 구형 방탄헬멧에 부착했기 때문이다.
이는 'K-방역'에 가려 보여지지 않았던 'K-국방'이 맨얼굴을 내민 것이나 다름 없었다. 고가의 야간투시경을 첨단의 하이컷 헬멧과 전용 부착마운트 대신 저렴한 M1형 헬멧에 단 해괴함은 '클래식함을 모던하게 승화시킨 아름다움'이란 찬사를 받기도 했다. 최신장비 보다 구형 방탄헬멧이 주역인 듯한 착각마저 든다.
4안 야투경은 미군도 일부 특수부대에서 일부 사용할 정도로 귀한 몸인데, 국군은 무려 1000개나 도입했다. 이 장비는 특수장비 부착을 위한 확장성과 전술적 편의성이 보장된 하이컷 헬멧과 장비를 견고하게 잡아주는 전용마운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의 제한이 따른다.
우선 부착의 견고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M1헬멧을 본떠 만든 합성수지제 구형 방탄헬멧은 챙처럼 앞부분이 돌출돼 시야의 간섭도 생길 수 있다. 무리하게 구형방탄 헬멧에 밴드형 마운트를 사용하면서까지 부착할 이유가 있었을까. 자칫 떨어지면 혈세가 낭비될텐데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부자나라"라고 말했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 4년간 국방비는 무려 30% 가까이 증액됐다. 4500만원이 대수겠는가. '백신 수송 모의 훈련'이 빛나면 그만이다.
예전에는 배가 고파 입을 덜기 위해 자식을 군대 보낸다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국방 단식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급식을 적게주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다시 4안 야투경으로 돌아가 보자.이 진풍경을 만든 부대는 대한민국 대체불가의 전력 특전사 예하 제13공수여단이었다.
13여단의 임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제한되지만, 해당여단의 임무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국방부와 그 예하 국방일보 등은 이들의 훈련 모습을 제한적으로 공개했는데 이 또한 재미있다. 배경이 녹색과 검은 색인 녹검사진인 걸로 보니, 야간 투시경을 사용해 보인 영상을 담은 듯하다. 그런데 왜 휴대한 무전기의 표시창만은 붉은 빛이 날까.
즉 연출사진인 것이다. 촬영조명에 녹색 셀로판지를 덧대 효과를 낸 것 같다. 작정하고 자랑을 하려면 티를 내지 말아야 하는데 티가 나도 너무 난다. 최정예 부대임에도 '국룰(나라의 법)'이라 불리는 탄비받이를 부착하고 있어 정겹기까지 하다.
육군은 문재인 정부들어 개인장병을 하나의 무기체계 만큼 강력하게 만들겠다며, '워리어 플랫폼'을 야심차게 추진해 왔다. 워리어 플랫폼은 제2차 세계대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육군의 개인전투체계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사업이다. 그것도 미군의 현재 수준이라기 보다 10여년 정도의 수준을 따라가는 정도지만 말이다.
군 수뇌부가 '무엇이 왜 필요한지'·'어떻게 운용하고 훈련시킬 것이지' 보다 '어떻게 보여주고 자랑할지'를 연구한다면, '강군정병(强軍精兵)'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