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침대에서 일어나 요리를 하고 셀카를 찍고, 요가를 하는 모습의 일본 이케아 광고는 큰 화제를 모았다. 사람이라면 그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일상이지만 실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버추얼 휴먼(가상인간) 모델인 이마(IMMA)가 도쿄에 새로 생긴 이케아 전시장에서 3일간 가상으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지금, 코로나19에 걸릴 걱정도 없고 '언택트' 트렌드와도 딱 맞아 떨어지는 버추얼 휴먼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버추얼 인플루언스 시장은 메타버스 열풍과 맞물리며 향후 5년 내 1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리서치 서비스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전 세계 브랜드들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17조원을 투입할 것이며, 이 중 상당수가 버추얼 휴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9년 발표된 미국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수익 지난해 130억원...사람 능가한 수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끄는 AI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릴 미켈라다. 2016년 미국 AI 스타트업 브러드가 선보인 '버추얼 휴먼 원조'격인 미켈라는 뮤지션이자 가상모델이다. 주근깨와 깜찍한 헤어스타일이 '말괄량이 삐삐'를 연상케 하는 그녀는 19세로 LA에 거주하며, 무려 인스타그램 팔로워 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샤넬·프라다·겐조 등 명품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고 보그 모델로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발표한 싱글앨범 'Not Mine'은 영국 스포티파이에서 8위를 기록해 150만회 이상 재생됐고, 2018년에는 타임지가 뽑은 온라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국내 최고 한류스타인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선정됐다. 영화배우 트레시 엘리스로스, 모델 벨라 하디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너무 실제 같아 버추얼 휴먼에 의심이 갈 정도다.
미켈라가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은 1170만 달러(13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정도면 '스타급' 사람 인플루언서가 벌어들이는 수입을 훨씬 능가한 것. 실제 모습 같은 일상의 사진들을 올리며 대중과 친밀히 소통하고 있다.
또 브러드가 2016년 미켈라와 함께 발표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버뮤다'와의 해프닝으로 더 유명세를 탔다. 금발 머리의 백인으로 포르쉐를 타고 LA의 고급 호텔에 머무는 전형적인 상류층 컨셉트의 버뮤다는 지난해 4월 미켈라의 인스타그램을 해킹, 미켈라 사진을 삭제하는 대신 자신의 사진으로 대체했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릴 미켈라가 진짜 사람인 척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작가가 개발한 세계 최초 버추얼 슈퍼모델 '슈두',일본의 '이마'도 큰 인기
패션업계에서 10년간 일한 사진작가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담아 2017년 내놓은 세계 최초의 버추얼 슈퍼모델 슈두도 큰 관심을 모은다.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카메룬 제임스가 3D 이미지 처리 기술을 이용해 만든 슈듀는 날씬한 몸에 팔등신 키, 짙은색 매끈한 피부까지 흠 잡을 데가 없는 남아프리카 출신 모델이다.
21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슈듀는 가수 리한나의 뷰티 브랜드 '펜티뷰티'에서 화장품 모델로 활동했으며, 캘빈클라인·디올 등 패션·뷰티 브랜드와 협업했고, 패션잡지 화보 촬영은 물론 할리우드 스타와 함께 찍은 레드 카페 사진까지, 사람 못지 않은 전문 패션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또 아시아 최고의 인기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일본 스타트업 Iww가 개발한 '이마(IMMA)'로,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3만명에 달한다. 분홍색 단발머리 소녀의 얼굴로 일본 패션지의 커버스타로 데뷔해 '이케아' 모델로 유명세를 탄 '이마'는 지난해 7억원을 벌었다.
◆국내서도 버추얼 인플루언서 활약...광고 계약도 따내
국내서도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지역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광고도 따내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가상 인플루언서를 선보인 곳은 콘텐츠 크리에이티브그룹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X)가 선보인'로지(Rozy)'이다. 로지는 최근 버추얼 모델 '슈두(Shudu)'와 콜라보레이션 화보를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기업 에스팀이 '로지(ROZY)'의 공동 매니지먼트를 맡기로 하면서 로지의 활동 영역은 SNS를 넘어 방송, 매거진 등으로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스타트업 디오비스튜디오가 개발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유튜버로 활약하는 '루이'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버추얼 인플루언서 루이는 최근 온라인 가구, 생활용품 브랜드 '생활지음'의 모델로도 발탁됐다.
오제욱 디오비스튜디오 대표는 "메타버스에서 생활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부가가치를 생성한다고 평가되면서 최근 버추얼 휴먼을 모델로 기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돼 섭외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로지가 광고 모델, 관공서 홍보 모델 등으로 발탁돼 촬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버추얼 인플루언서 '외모 지상주의 부추긴다' 우려도...성상품화 우려, 비인간화 문제도 제기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게 되면 이용자가 불쾌감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 단계를 지나면서 가상인간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예쁜 얼굴에 개성까지 가진 이 같은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활약은 대중에 획일적인 외모 기준을 제시하고,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킨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펄스나인도 국내 첫 AI 걸그룹 '이터니티'를 소개하며 '예쁜 애 옆의 예쁜 애'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외모를 지나치게 강조했으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눈, 코, 입을 넣어 얼굴을 만들다 보니 11명 멤버의 얼굴들도 2~3명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AI 휴먼의 가장 큰 장점이 '시간 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으며 늙지도 않고 학폭 논란에서도 자유롭다'는 점인 것을 감안하면 점차 사람을 대체하고 사람의 '비인간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나 아이돌에 '징그럽다' 등으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히, AI 챗봇 '이루다'에 성희롱이 가해져 큰 문제가 된 것처럼, 성상품화 등으로 악용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처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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