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병역제도 개선의 핵심은 '성갈등 해소'가 아닌 '박탈감 해소'다. 군복무가 인생의 걸림돌이 아니라 '자랑할 경력'이 되게끔 하는 것이 올바른 개선책이란 이야기다. 그렇지만 정치권은 구시대적 발상인 '고통분담'이란 측면에서 병역제도 개선을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적 격리대상' 장병에게 정량에 미치지 못하는 식사와 최저시급 보다 낮은 급여, 여기에 국방의 임무와 무관한 대민지원과 사역의 고통을 분담시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군사복무가 존중받는 문화가 먼저
미국에서 존경받는 직업 상위에는 항상 군인이 있다. 미국 해리스폴의 2014년 조사에서 군인은 의사의 뒤를 이어 두번째로 존경받는 직업으로 평가됐다. 2006년 포브스와 1997년 해리스폴의 또 다른 조사에서도 군인은 각각 5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1776년 7월 4일 13개 주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시작된 미국의 짧은 역사만큼, 군인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힌 역사 또한 짧다. 1861년 4월부터 1865년 4월까지 약 4년간 벌어진 남북전쟁에서 북군은 200만명 중 전사자가 36만명, 남부는 60만~70만명 중 전사가 25만명으로 각각 추산될 정도로 군인의 희생이 컸다. 이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전사자 수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 미국은 군인을 고용 계약으로 채용된 '전쟁 대리인' 정도로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은 미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이었다. 징병제가 1차세계대전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5만명의 미군이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전사했다. 보훈과 군인에 대한 존중이라는 문화가 이때 태어난 것이다.
미군 복무의 가장 매력은 'G.I BILL(제대군인원호법)'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4년 개시된 제반 법률과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G.I BILL은 종전 후 돌아 온 전역군인들을 사회에 통합시키고 미국의 노동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G.I BILL은 전역군인들에게 교육, 주택, 보험, 의료 및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미군을 지원하는 청년들은 계약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전역 할 경우 대학교 학비를 비롯한 교육비를 국가로부터 제공받는다. 군 복무간 쌓은 업무 숙련도와 복무기록 등은 복무이력카드를 통해 민간 채용시장과 연계된다. 즉 군 목무가 사회생활에서 경쟁력을 더해주는 셈이다.
미국과 함께 서방의 최강군으로 손꼽히는 영국 또한 군복무가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경력으로 대우받는다. 영국군은 독특한 '4R'이라는 인사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4R은 Recruting(모집), Retention(유지), Reputation(명성), Reserves(예비전력)을 의미한다.
2015년 3월 주한 영국대사관 무관 국대사관 무관 앤드류 크리프 준장은 4R에 대해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통합적 개념을 적용해 전직교육을 입대 때부터 지원해야 한다" 강조한바 있다.
◆강한군대는 차별화된 경력과 경제효과 만든다
군 안팎에서는 병 복무기간이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들면서 '임무 숙련도 저하'와 '심신 허약자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군사훈련보다 대민지원 등의 소요가 늘고 있어 '강군정병'의 추진은 사실상 더 어려워졌다.
군 당국은 지난 2018년부터 을지훈련의 실기동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고, 지난해 전면 중단된 예비군 훈련은 올해 후반기에도 정상적으로 실시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현역의 훈련경험 부족과 숙련 예비군의 수준유지 등이 향후 수년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문제를 병역제도 개선을 통해 극복한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군을 단단히 받쳐주는 부사관 층에서는 민간부사관보다 숙련도가 높은 병출신 부사관의 선발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현역 병 복무 후 6개월에서 48개월까지 복무하는 임기제 부사관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8년 4552명이던 인원이 지난해에는 7369명으로 62% 증가했다.
야전의 한 부사관은 "군복무 경험이 없는 민간출신 부사관보다 임무의 연계성과 숙련도가 높은 소중한 초급간부 자원"이라면서 "대학 학력보다 야전의 현실을 통해 체득한 경험이 부사관으로서 더 중요한 덕목이 된다"고 말했다.
부사관 일각에서는 우수하게 복무를 이행한 병 출신 부사관의 임관비율을 높이고, 미국처럼 우수 부사관에게 대학학비 등을 지원해 주면서 장기복무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급 간부들 사이에서는 18개월 복무에 누구나 병장으로 진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분대장 자질이나 개인주특기에 두각을 보이는 인원에 한정해 병장진급을 시키고, 이들에게 간부지원시 가점을 주는 '성과제 진급'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즉, 차별화된 군 경력이 민간사회에서도 인정되는 주요한 경력으로 자리잡는다면 군 복무가 박탈감이 아닌 '취업 스팩'으로 경쟁화될 것이란 이야기다. 징병 대상 중 소수가 선발되는 노르웨이나 스웨덴과처럼, 여성과 여성단체들도 자발적으로 '여성의 징병'에 대해서도 적극성을 갖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우수 군경력자들에 한해서는 현재 간부출신에만 지원이 가능한 '비상근복무 예비군'과 도입 예정인 '평시복무 예비군' 지원자격을 준다면, 예비전력의 전투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비군 정예화는 유연하고 건강한 '파트타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우수 예비군은 복무 일에 따른 일급을 받고, 일본처럼 우수예비군 전력유지를 위해 고용 기업에 '기업급부금'이 지원되면 급부금으로 또 다른 파트타임 일자리를 창출하는 연쇄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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