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군대는 사회와 별개의 조직이 아니다. 군대와 사회는 하나의 세포로 유기적 작용을 한다. 때문에 군복무기간 및 선발 등 병역제도는 세포를 보호하는 세포벽인 군대를 튼튼하게 유지하기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개선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병역제도는 정치권의 공약이나 입김에 따라 출렁인다. 각 군의 실무자들이 '강군정병' 육성을 위해 밤낮을 꼬박 새워도, 정치권의 손짓하나로 출렁이는 것이다. 국가가 아닌 정권에 따라 요동치는 병역제도는 병기고에 좋은무기가 있어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줄행랑을 쳤던 조선군으로 국군을 전락시킬 수 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의 근시안적 병역포플리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인 2012년 12일 18일 광화문 유세에서 병 복무기간을 육군기준으로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병 복무기간 단축'공약은 경쟁자였던 문재인 후보가 내세웠던 공약으로, 새누리당(현 국민의 힘)은 문 후보의 공약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공략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마지막 선거유세에서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기에 당시 군 당국은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힘들었다.국방개혁 기본계획(12-30)에 따라 전체 병력을 63만 6000명에서 2022년 52만 5000명으로 줄여하는 하는 상황에서, 복무기간마저 단축해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무통계연보에 따르면 2011년 인구추계 중 39만1000명이던 19세 남자는 인구절벽을 맞이하면서 2018년 32만7000명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즉 저출산으로 병력자원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에 병력감축은 피할 수 없지만, 복무기간마저 단축하면 병력부족 현상이 더 심각해 지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복무기간 감축을 중장기연구 과제로 넘겼지만, 재임기간 중 봉착한 병역 대상자의 '입영적체' 문제 해결에도 근시안적 정책을 내 놓았다. 2015년 10월 27일 당시 정부는 현역 입영인원의 수를 2016년과 2017년 각각 연 1만명까지 추가로 늘리기는 안을 발표했다.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김민석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현재 입영적체 현황이 4만~5만명 가량 되는 데 이번 조치로 내년에는 입영적체가 3만여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산업기능요원을 4000명에서 6000명으로 확대 ▲고퇴이하자(고졸중퇴이하자) 보충역에 대해서는 지원자에 한해 현역 입영 허용 ▲장병 신체검사 기준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병력부족 현상으로 병역판정 검사를 완화한 문재인 정부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병무청은 지난 2월 ▲학력 사유에 의한 병역처분 기준이 폐지, 고등학교 중퇴자도 현역입영
▲온몸에 문신이 있어도 현역 입영가능 ▲저체중 기준을 52kg에서 48kg 완화 ▲키175cm인 경우 102kg이었던 과체중 기준을 108kg으로 조정하는 등 입영대상자를 확대했다.
◆국가예산 및 급변상황 고려하지 않은 간부 및 군무원 충원
병 복무기간 단축은 문재인 정부들어 다시 추진됐다. 국방부는 단계적 복무기간 단축을 적용해 올해 12월 14일부로 21개월에서 18개월 복무단축이 완료된다고 밝힌바 있다. 병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한 병력자원은 초급간부와 군무원으로 충원되고, 이와 함께 만45세인 소령계급의 나이 정년을 만50세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18개월 복무로 숙련도가 낮은 병 대신 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무기간이 긴 초급간부와 공무원 신분인 군무원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이 또한 문제점이 많다. 우선, 병복무 기간의 감축에 따라 최소 28개월을 복무하는 학군장교(ROTC)와 최소 36개월(양성기간 포함 40개월)을 복무해야 하는 학사징교의 지원율은 떨어지고 있다.
2014년 6.1대 1의 경쟁률을 보이던 학군사관후보생 경쟁률은 지난해 2.1대1로 떨어졌다. 서울 소재 명문대학은 이미 경쟁률 1대 1 수준으로 떨어져 충원에 고민을 해야하는 실정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연평균 1500~2000명 정도 임관하던 학사사관후보생의 임관인원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학사장교 65기로 임관한 신임 소위는 학사사관으로 편입된 여군 85명을 포함해 545명이었다. 학사장교와 함께 임관한 단기간부사관도 20년 전의 5분의 1 수준인 20명이 임관했다.
다행히 부사관은 현재까지 충원에 문제는 없지만, 인구절벽 현상과 맞물려 2030년 이후에는 정족수만 겨우 충원할 것으로 군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즉 초급간부 지원이 우수한 청년들로부터 외면받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족수 충원이 힘든 상황이 다가오는데 초급간부를 늘리게되면 군의 중추인 초급간부의 '자질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초급간부 함께 충원되고 있는 군무원은 전쟁법상 교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민간인 신분이다. 유사시 즉각적인 군사조치를 할 수 없다. 군 당국은 비전투부대의 초급간부를 전투부대로 편성하고 비전투부대에 군무원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전후방의 구분이 모호해진 현대전에서 비전투부대가 유사시 적과의 교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간부의 중간층을 늘리기 위해 소령계급의 나이정년을 연장하는 방안도 문제점이 있다. 늘어난 군무원과 함께 연금수령 대상자가 늘어나면, 국가제정에 부담은 늘 수 밖에 없다. 특히 육군의 경우 소령진급 대상자의 80~90%가 진급하는 해·공군과 달리, 45~50%정도만 소령으로 진급한다. 육군은 심각한 '계급적체 현상'과 '군대의 고령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절벽'을 체험한 일본의 경우, 지난 30년 간 자위대의 평균 나이가 4살 늘어났다. 자위대의 평균나이는 36세, 위관급 자위관의 평균 연령은 40대로 '늙은 군대'로 변해온 것이다.
때문에 군사전문가들은 정권에 따라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는 '포퓰리즘 병역제도 개선'보다, 국방의 본질인 '강군정병'을 위한 '스마트한 병역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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