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수의 돌직구] 학교 수업 따로, 대학별고사 따로
한 교육시민단체가 서울대를 포함해 서울 시내 소재 14개 대학, 7개 의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총 22개 대학을 대상으로 2021학년도 수시모집 대학별고사 수학 시험 출제 범위를 조사한 결과, 출제 범위를 공개한 17개 대학 모두 수학 교과 일반 선택과목 4개를 모두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개 대학은 진로 선택과목인 기하까지 출제 범위에 포함됐다.
2021학년도 대입에 첫 적용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기초소양 함양을 위해 문과와 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과목을 도입했다. 학생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선택과목(일반 선택/진로 선택)을 개설하도록 해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른 선택 학습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에 출제범위가 공개된 17개 대학의 경우 이러한 2015 개정교육과정에 부합하지 않는 대학별 고사를 출제함에 따라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수험생들의 과도한 학습부담이 여전히 지속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수업은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학생 선택권이 보장되지만, 이들 대학별고사를 치르는 학생의 경우 교과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과도한 학습부담을 떠않게 된 것으로 '학교 수업 따로, 입시 따로'가 된 셈이다. 학교에서 배우기 힘든 과목이 대입에서 출제되다보니 학생들은 학원과 과외로 해결하려 하면서 입시 사교육 시장은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22학년도 수능은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형으로 출제된다. 계열 구분 없이 같은 공통과 선택과목으로 수능을 치르면서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이 확대되고 학습 부담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이미 주요 자연계열 상위 학과의 경우 수학영역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해 사실상 문과와 이과는 그대로 존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대학별고사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들이 이처럼 2015개정교육과정을 어겨가며 대학별고사를 출제하는 이유는 명분이 있다. 대입 선발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와, 진학 이후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미적분을 모르는 공대생은 뽑지 않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교육당국이 개정교육과정과 대입의 괴리로 불거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것처럼 보인다는데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기회있을때마다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과 학습 부담 경감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제도를 여기저기 뜯어고쳐왔으나, 실제 교육 현장에선 오히려 정반대 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최수일 센터장은 "모든 대학이 수학 선택과목 4개를 출제범위로 지정한 걸 보면 교육부가 그동안 2015개정교육과정을 지키도록 대학들에게 얘기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면서 "교육부 내부에서 교육제도와 대입제도를 담당하는 부서가 서로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을 잡겠다면서 20여차례 대책을 내놓았으나 오히려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것처럼 문재인표 교육정책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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