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개최된 '2020 로보월드'에서 국내 로봇 기업들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인공지능(AI) 자율주행로봇들을 시연하며 기술력을 뽐냈다. 자율주행 로봇은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로, 종업원을 대신해 음식을 날라주는 서빙로봇이 가장 빨리 대중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주로 공급된 로봇은 국내 제품이 아닌 중국 대표 서빙로봇 기업인 푸두테크의 로봇으로, 이미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서빙로봇을 주도적으로 유통하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전국에 250여대 공급한 서빙로봇도 중국 푸드테크 로봇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푸두테크의 '푸두봇'을 국내 독점 판매하는 VD컴퍼니측은 지금까지 350~400여대의 서빙로봇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중국 로봇이 국내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에 있다. 이전 버전 제품은 로봇이 하단의 사람을 발을 피하는 데 집중하다보니 상부에서 사람이 손을 뻗으면 부딪히는 문제가 있었는데, 상부 장애물도 인식하는 등 성능이 개선되면서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운행되고 있다.
특히 가격 면에서 국산 제품이 경쟁하기 힘들 정도의 경쟁력을 가진다. 로보월드에서 만난 VD컴퍼니 관계자는 "서빙로봇을 하루 2만원만 3년을 내면(월 60만원) 식당 주인이 로봇을 갖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2160만원에 서빙로봇을 가질 수 있는데, 이는 국내 대기업이 내놓은 서빙로봇이 5000만원 선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하지만 아직 중국의 서빙로봇은 식당 천장에 부착된 센서를 따라 움직이는 '천장 마커' 기술을 이용해 완전한 의미의 자율주행 로봇이라고 보기에 한계가 있다. 반면, 트위니 등 국내 로봇업체들은 천장에 센서나 바닥에 QR코드를 깔 필요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로봇을 내놓아 더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기술력을 갖춘 국내 로봇 기업들이 제품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초기 시장인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가 AI와 데이터에는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하드웨어인 로봇에는 이 같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실외 로봇이 규제에 막혀 서비스가 어려웠던 것이 ICT 규제샌드 박스로 이제 막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만큼, 규제 완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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