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빛의 블랜딩 '샴페인 앙리오 뀌베 에메라 2006'
물감은 다른 색깔들을 섞으면 섞을수록 원하는 색은 얻겠지만 탁해진다. 그런데 빛은 다르다. 다른 개성을 지닌 빛은 섞으면 섞을수록 오히려 오묘하게 밝아진다.
와인으로 치면 샴페인이 그렇다.
블랜딩의 묘미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르도 와인은 서로 다른 품종을, 때에 따라, 어떤 비율로 섞는지에 따라 맛이 갈린다면 샴페인은 같은 속성을 지닌 빛의 블랜딩인 셈이다.
일단 샴페인은 만들 수 있는 '물감'이 많지 않다. 샤도네이와 피노누아, 피노뫼니에 정도다. 여기서도 피노뫼니에는 숙성력에 있어 한계가 있어 프리미엄급으로 올라갈수록 배제된다.
그렇다면 '빛'의 요소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같은 품종이라도 여러 포도밭에서 수확한 다른 모습의, 기후가 달랐던 여러 해의 포도가 숙성되면서 각각의 개성을 지닌 빛이 된다. 프리미엄 샴페인이라도 일반 레드와인과 달리 빈티지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 논 빈티지(N/V)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샴페인이야 말로 겉보기엔 같아도 다른 포도밭, 다른 빈티지를 예민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 섞어야 하는 소위 블랜딩의 '끝판왕'인 셈이다.
샴페인 앙리오는 지난 1808년에 세워졌다. 그 뒤로 2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변함없이 앙리오 패밀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족 경영이 많은 와인업계에서도 200년이 넘게 한 가문이 운영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8세대를 내려오면서 가장 큰 장점은 '빛의 블랜딩' 원칙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앙리오는 샴페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샤도네이를 주로 쓰면서 기본급에서도 리저브 와인을 30% 이상 쓴다. 리저브 와인이 뭐냐면 몇 년 전에 만들어 숙성시킨, 간장으로 치면 음식맛을 좌우할 수 있는 씨간장인 셈이다.
'샴페인 앙리오 브뤼 수버랭 N/V'은 앙리오의 기본급 샴페인이다. 그런데도 리저브 와인을 30%나 쓰고, 샤도네이의 비율이 50%다. 사용 포도의 3분의 2가 프리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다.
샴페인다운 카랑카랑함이 있으면서 지극히 은은하다. 고운 거품과 함께 지나치지 않을 만큼의 힘이 있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꼽은 식전주답게 모든 요소가 딱 알맞다.
'샴페인 앙리오 뀌베 에메라 2006'은 빛의 블랜딩이라는 앙리오의 스타일을 그대로 구현한 샴페인이다. 6개 포도밭에서 자란 각각의 훌륭한 개성과 특징을 지닌 포도를 잘 블랜딩한 것이 에메라의 강점이다. 소량 생산은 물론 맛이 만족스러울 해에만 만든다. 우아하고 섬세하지만 12년 이상 숙성을 증명하듯 구조감이 입을 가득 채운다.
샴페인 앙리오의 와인메이커 알리스 떼띠엔느는 지난 21일 '샴페인 앙리오 뀌베 에메라' 2006 빈티지 출시를 기념해 온라인으로 라이브 세미나를 진행하며 "2006년이 기후가 평이했던 것과 달리 경작한 포도의 잠재력이 대단했다"며 "에메라 2006은 훌륭한 6개 포도밭의 개정을 잘 지니고 있어 매운 음식이나 숙성된 참치회를 포함해 사실상 모든 음식과 어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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