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O의 역할과 책임 강조될 것"
국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기존 연기금 위주 시장에서 일반법인, 대학기금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운용의 재량이 해외 사장에 비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OCIO 제도란 고액자산가로부터 자금을 위탁받아 자산운용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지난달 28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최근 국내 OCIO 시장 확대에 관한 소고'에 따르면 국내 OCIO 시장은 100조원에 달한다. 아직까지는 전체 운용자산의 80% 이상이 주택도시기금, 산재보험기금, 고용보험기금, 공적연기금, 민간연기금 등 대형 공적기금에 집중돼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 자금을 위탁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축소된 펀드 시장도 OCIO 수요 급증에 한몫하고 있다.
올해 진행된 OCIO 사업으로는 1500억원 규모의 강원랜드, 1조4000억원 규모의 국민건강보험공단, 2800억원 규모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과 이화여대는 각각 1조3000억원, 1500억원 규모의 OCIO 기관 선정 작업 중이다. 이 중 중진공은 내일채움공제사업 성과보상기금 운용을 위한 기관을 선정하는데 총 11곳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몰렸다. 자산운용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OCIO 사업에 기존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또 이미 200조원을 상회하고 있는 국내 퇴직연금제도에 기금형 지배구조가 도입되면 국내 OCIO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처럼 외부 기금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필요할 경우 일부 자금을 운용기관에 위탁한 운용이 가능해진다.
한편, 국내 OCIO 시장은 위임되는 업무의 범위와 운용의 재량이 해외 시장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OCIO 시장은 20년 가까운 연혁에도 불구하고 역할 및 권한, 수수료 체계 등 많은 부분에서 해외 시장과 상이한 구조"라며 "이는 '다수의 기업연금에 대한 전략적이고 개별적인 총괄 관리 제공'이라는 개념으로 성장한 해외 OCIO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형 기금의 집행기능을 전담하는 외부 전담조직' 정도로 그 역할과 위상이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개편하려면 위탁자인 자산보유자가 (자금 운용을) 우선적으로 주도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한국형 OCIO 체계에서는 전략적 의사결정은 여전히 비전문가인 위탁자에게 남아있고 OCIO는 자문의 형식으로 이를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앞으로는 이에 대한 OCIO의 역할과 책임이 보다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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