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 기간을 4개월이나 훌쩍 넘겨 앙코르 하는 전시가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툴루즈 로트렉전'이다. 그리고 그 전시의 해설을 맡은 이는 미술 도슨트 계의 루키 한이준이다. 도슨트(docent)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큐레이터는 작품을 수집·관리하며 전시회를 기획하는 이를 말한다. 도슨트라는 직업 자체가 아직 블루오션인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해서 전시 해설을 맡게 됐는지, 그에게 직업은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 도슨트라는 이름 옆에 전시해설가를 붙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슨트라고 하면 잘 모르세요. 오디오 빌리는 데서 '도슨트 하나 주세요'하시는 분도 있고, 설명 끝나고 와서도 '큐레이터님 너무 잘 들었어요'이러기도 해요. 도슨트와 큐레이터 구분을 못 하는 경우도 많아서 더 직관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 어떻게 도슨트가 됐나
"도슨트도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출발했어요. 사실 아직 국내에 도슨트를 위한 전공이나 자격증 이런 것들이 따로 없어요. 저도 도슨트를 하고 싶어 했던 사람은 아니고요.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고요. 저는 자기객관화가 빠른 사람이어서 '화가로는 성공 못 하겠다' 했죠. 화가 아닌 미술관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으로 전시 기획자인 큐레이터를 꿈꿨어요. 큐레이터 경력에 도움이 될까 싶어 2013년도에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도슨트로서 자원봉사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이후로 국립박물관 자원봉사 등과 전시장 스태프를 거쳤고, 스태프 일을 하면서 도슨트를 겸했습니다. 7년 차인 지금은 많진 않지만 기획사 측에서 먼저 찾아주는 전시도 생겼습니다"
- 도슨트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 되는 거요. 전시마다 스타일이 달라져야 하거든요. 상황에 따라 대처를 잘해야 하는 것도 있어요. 오디오 가이드가 저희의 경쟁자인데 기계와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진행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주말 같은 경우 내부에 사람이 몰리면 최대한 간략하게 포인트만 짚어서 진행한다거나 아이들이 많으면 조금 배려를 해줘야죠.
미술 관련 지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도슨트로 활동하는 사람 중에도 비전공자가 절반 정도 돼요.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지만, 대신 전공한 만큼 시간과 노력은 필요해요. 저는 평소에 전시를 정말 많이 보려고 노력합니다. 핫한 전시가 있다고 하면 꼭 가서 만약 여기 도슨트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합니다. 유튜브도 많이 참고해요"
-수입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블루오션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먹고 살기 쉽지 않습니다. 1~2년 전까지는 최대한 6, 7일은 채워야 수입에 도움이 됐습니다. 보통 3개월 계약이 끝나고 나면 백수가 돼요. 그게 너무 불안한 거예요. 당시의 전시 세 개로 주 6일 한 달 일하고 100만원 조금 넘게 벌었습니다.
그때 그런 상황들을 겪고 난 뒤 크고 작은 강연 또는 미술 모임을 하거나 최근엔 책 집필을 시작했어요. 현장 외에 부수적인 일을 통해서 수입을 메우고 있어요. 현장은 제가 진짜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갈 수 있는 거죠. 이제는 도슨트 계에도 유명하신 분들이 한두 분씩 생겨나면서 직업 전망도 좋아졌습니다. 인지도 있는 분들이 생겨나면서 1년 사이에 업계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이제는 '도슨트가 전시에 필요한 요소구나, 그리고 아무나 쓰면 안 되는구나' 하고 여겨주시는 것 같아요"
한이준 도슨트의 꿈은 명확하다. 도슨트로 잘 나가는 것도 꿈이지만 누군가 도슨트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었을 때 좀 더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렇게 되면 관람객들도 훨씬 더 유의미한 전시를 볼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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