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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유통일반

[FFTK2020 인터뷰]김혜연 엔씽 대표 "화성에 농장을 만드는 그 날까지"

김혜연 엔씽 대표가 24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메트로경제 주최로 열린 '2020 퓨처푸드테크코리아'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컨테이너 안이 작은 농장이 된다. 인공조명으로 광합성을 하고, 온도와 습도를 원하는대로 조절한다. 이런 농장이라면 사막 한가운데, 시베리아 벌판은 물론 화성 한복판에서도 원하는 작물을 마음껏 키울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도 농산물의 자급자족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컨테이너 농장 '플랜티 큐브'를 만든 김혜연 '엔씽' 대표는 "농산물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이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국 내 농업생산을 계획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우리에겐 큰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스타트업 '엔씽'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규모 가전제품 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스마트시티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농업 분야에서 첫 수상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엔씽의 '플랜티 큐브'는 1차 산업인 농업에 4차 산업인 IoT를 결합했다. 외부와 차단된 컨테이너 안에 작은 농장을 만들고, 발광다이오드(LED) 인공조명과 온도·습도가 원격 조종되는 모니터링 장치 등을 설치해 사람의 손길 없이 작물 재배가 가능하도록 했다. 엔씽은 국내는 물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등 농산물 자급자족이 어려운 중동 주요 도시에 스마트팜 '플랜티 큐브'를 공급하고 있다.

 

-엔씽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전자공학과) 전공도 전공이지만 원래 IT에 관심이 많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가게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면서 용돈을 벌었다. 그리고 삼촌이 비닐하우스 만드는 농자재 회사를 하신다. 거기서 잠깐 일을 도와드리다가 좋은 기회로 우즈베키스탄에 토마토 농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됐다. 그때 농업이라는 산업의 가능성이 크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시공간의 제약을 가장 많이 받는 산업인 농업이 시공간 제약이 전혀 없는 인터넷과 만나면 어떨까를 상상한 것이 플랜티 큐브의 시작이었다. 농업의 변화에 따라 인류 역사상 큰 변화가 있어 왔다. 앞으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의 장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

 

"궁극적인 건 소비자 인사이드다. 기술은 필요 없다. 더 맛있고 깨끗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지속할 수 있게 공급하는 게 최종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CES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그냥 혁신상이 아닌 최고혁신상이다. CES라는 세계적인 컨퍼런스에서 농산물이 상 받은 건 처음이라 의미가 깊다. 엔씽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모듈화된 농장이나 농장을 마치 제품처럼 만들어내는 개념들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 같다. 수상 이후 사업 기회가 많아졌다. 아직 오픈은 못 하지만 하반기에 아주 좋은 뉴스가 많이 나올 것 같다."

 

-스마트팜은 해외에도 많다. 한국 기업으로서 경쟁력이 있다면?

 

"가장 큰 경쟁력은 '속도'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있는 우리와 비슷한 회사들이 적게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4000억원 까지 펀딩을 받았다. 그 회사들도 몇 년 전부터 중동에 진출할 거라고 얘기는 했지만 엔씽이 훨씬 더 빨랐다. 엔씽은 지난해 여름에 이미 중동 지역 테스트를 끝내고, 지금 훨씬 더 큰 농장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있는 큰 투자사들도 연락이 많이 온다. 다른 버티컬팜 회사들의 방식이 '탑다운(Top-down)' 설계라면 저희는 '보텀업(Bottom-up)'방식이다. 한 번 해서 가능하면 빠른 속도로 농장을 늘릴 수 있어서 시장에 빠르게 진출이 가능하다. 중동 지역도 더 빠르게 확장하고, 동남아시아나 러시아도 진출하려 한다. 전 세계 시장을 선점해 후발주자들이 못 따라올 수준을 만들 것이다."

 

-올해 중동 국가를 포함한 해외 진출이 목표라고 했는데 신종 코로나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없나.

 

"미팅이 어려워지니 단기적인 계획은 늦춰졌지만 중장기 계획은 훨씬 빨라졌다고 생각한다. 중동 국가에 집중하는 이유는 스마트팜이나 버티컬팜이 그 지역에서는 꼭 필요한 것(MUST HAVE)이기 때문이다. 중동은 먹거리들을 거의 100% 다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요르단, 이집트처럼 주변 국가나 네덜런드, 이탈리아 등에서 수입 해 온다. 특히 생으로 먹는 채소들을 많이 수입한다. 그런데 지금 이탈리아에서 수입하는 채소들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먹을 수가 없다. 중동국가 등에서 원래 중·장기적으로 자국 내에서 농업 생산을 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그런 계획들이 앞당겨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되겠다.

 

"매우 큰 기회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도 '싱가포르 버티컬팜'이라는 정부 주도 스마트팜을 계획 중이다. 싱가포르도 자국 내에서 농산물 생산을 거의 하지 않는다. 전부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데 이번 코로나19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전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 수입을 해왔는데 코로나19로 위생 문제가 대두되면서 '깨끗한 환경에서 재배하고 포장했을까' '이걸 먹어도 될까'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국 내에서 솔루션을 찾다 보면 결국 플랜티 큐브 밖에 없다. 전세계 모든 국가가 기후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엔씽의 목표다. 화성에 농장을 만드는 날까지 작은 한 걸음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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